독재 지지한 父 때문에…태국서 비난 폭격맞은 女아이돌, 데뷔 '강행'

입력 2021-12-08 14:37
수정 2021-12-08 15:35

아이돌 그룹 하이키(H1-KEY)로 데뷔를 앞둔 태국인 멤버 시탈라가 부친의 행적 논란으로 자국에서 비판 여론에 휩싸인 것과 관련해 데뷔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8일 하이키 소속사 GLG(그랜드라인 그룹)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멤버 변경은 없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GLG는 "태국에서 벌어진 저희 H1-KEY의 멤버 시탈라와 고인이 된 그의 부친과 관련된 논란들은 태국의 역사와 정치, 경제 구조, 사회적 맥락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했기에 저희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대응하기까지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면서 "고인이 된 시탈라 부친의 과거 행적과 당시 미성년자였던 시탈라에게 부친이 미쳤던 영향, 그리고 현재도 성장 중인 시탈라에 대하여 두루 살폈다. 그 결과 GLG는 이미 고인이 된 부친의 행적 등을 이유로 시탈라에게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탈라 자신의 책임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까지 책임지게 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한 멤버 변경은 없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탈라가 공개한 일문일답에서 인생의 롤모델로 부친을 꼽은 것과 관련해 "한 가정의 가장이자 오랜 시간 배우이자 감독으로 활동한 예술인으로서의 아버지를 염두에 두고 꼽은 것이지 아버지의 정치적 행적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탈라는 본인의 조국인 태국을 자랑스러워하고 태국의 문화와 역사적 유산, 태국 시민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며 "성공 목표 중 하나로 태국의 국가적 위신을 높이고 국민에게 따뜻함을 돌려주고 싶다는 것을 꼽으며 꿈을 이루기 위해 타지에서 노력해온 친구다.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응원 많이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간 방콕포스트의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시탈라가 배우이자 감독이었던 아버지의 행적 때문에 자국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시탈라의 아버지는 2014년 당시 친왕실 단체인 국민민주개혁위원회(PDRC) 지지자로 활동하며 잉락 친나왓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인물이다.

잉락 친나왓 총리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으로 지방 농민과 도시 노동자 등 저소득층을 일컫는 ‘레드셔츠’(red shirts)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으나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됐다. 2014년 벌어진 반정부 시위는 군부 쿠테타의 원인이었고 현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당시 쿠데타의 주역이었다.

쁘라윳 총리는 2014년 정권을 잡은 뒤 2019년 총선을 통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그의 총선 승리가 군정 시절 제정된 군부에 유리한 헌법 때문이라며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해오고 있다. 결국 지난해 군주제 개혁과 함께 쁘라윳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SNS를 통해 시탈라와 가족이 2013~2014년 반정부 시위 당시 호루라기를 목에 건 채 찍은 사진이 유포되며 논란이 제기됐다. 호루라기는 PDRC 지지자들의 상징과 같은 물건이다.

네티즌들은 "당신의 가족이 독재와 왕정을 지지하고, 당신은 서울에 있는 동안 수많은 젊은이들이 재판에 넘겨지거나 감옥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군부의 폭력에 가족을 잃었다. 이런 사람이 태국의 대표가 되어 타국에서 가수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하이키 측 공식 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하이키 H1-KEY 소속사 GLG(그랜드라인 그룹)입니다.

GLG는 우선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상처받고 고통받으신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태국의 안녕과 평화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번에 태국에서 벌어진 저희 H1-KEY의 멤버 시탈라와 고인이 된 그의 부친과 관련된 논란들은 태국의 역사와 정치, 경제 구조, 사회적 맥락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했기에 저희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대응하기까지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GLG는 태국 시민 여러분의 걱정과 당부를 인지한 순간부터 이 입장문을 작성하는 순간까지 고인이 된 시탈라 부친의 과거 행적과 당시 미성년자였던 시탈라에게 부친이 미쳤던 영향, 그리고 현재도 성장 중인 시탈라에 대하여 두루 살폈습니다. 그 결과 GLG는 이미 고인이 된 부친의 행적 등을 이유로 시탈라에게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탈라 자신의 책임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까지 책임지게 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로 인한 멤버 변경은 없을 예정입니다. 또한 시탈라가 본인의 아버지를 롤모델로 꼽은 것은 한 가정의 가장이자 오랜 시간 배우이자 감독으로 활동한 예술인으로서의 아버지를 염두에 두고 꼽은 것이지 아버지의 정치적 행적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지금 시탈라는 너무 커져버린 모국 내에서의 논란과 현 상황에 마음 깊이 아파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태국의 현실을 보다 정확히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봐 온 시탈라는 무척 예의 바르고 성실한 친구입니다. 본인의 조국인 태국을 자랑스러워하고 태국의 문화와 역사적 유산 그리고 태국 시민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합니다. 본인의 성공 목표 중 하나로 태국의 국가적 위신을 높이고 태국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따뜻함을 돌려주고 싶다는 것을 늘 꼽아왔으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아는 이 하나 없는 타지에서 지금까지 씩씩하고 굳건히 노력해온 친구입니다. 이러한 그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그리고 시탈라가 사랑하는 태국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보답할 수 있도록 부디 많이 응원해 주시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GLG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외 팬들의 사랑과 염려를 더욱 유심히 살필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번 태국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합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