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전국에서 6만6000여 가구(일반분양 기준)가 공급되는 등 ‘막차 분양’이 대거 쏟아진다. 연말 연휴 등이 몰린 12월은 일반적으로 분양 비수기로 불린다. 하지만 올해는 내년부터 강화되는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한 분양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및 지방 선거, 월드컵, 동계올림픽 등 대형 이슈를 피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분양을 앞당기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내년 대출 규제 강화 등 이슈 몰려8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7만1397가구(오피스텔 제외)가 공급에 나선다. 일반분양 물량은 6만2558가구다. 이 중 수도권 일반분양 물량은 2만5542가구(40.8%), 지방은 3만7016가구(59.2%)로 집계됐다.
시도별로는 경기가 1만6545가구(22곳·26.4%)로 가장 많았다. 경북 9862가구(8곳·15.8%), 인천 8162가구(8곳·13%), 경남 4324가구(6곳·6.9%)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는 835가구(4곳·1.3%)가 분양될 예정이다.
수도권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경기 부천 ‘힐스테이트 소사역’을 분양한다. 지하 6층~지상 49층, 629가구(전용면적 74~84㎡)다. DL이앤씨는 경기 의정부에서 ‘e편한세상 신곡 파크프라임’을 선보인다. 지하 4층~지상 35층, 650가구(전용 84㎡)로 지어진다. 현대건설은 경기 평택에서 ‘힐스테이트 평택 더 퍼스트’를 공급한다. 지하 3층~지상 15층, 1107가구(전용 59~84㎡) 중 698가구를 일반분양한다.
3차 사전청약도 진행된다. 사전청약은 조기 주택 공급 효과를 위해 본청약보다 2~3년 앞서 청약을 받는 제도다. 대상 지구는 △하남 교산 △과천 주암 △시흥 하중 △양주 회천 등 4167가구다.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데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인기 지역이 포함돼 청약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막바지 분양 물량이 쏟아졌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년 1월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하는 단지들은 잔금 대출에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는다. 총 대출액 2억원을 초과하면 DSR이 40%로 제한된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라는 굵직한 이벤트도 예정돼 있다. 카타르 월드컵, 베이징 동계올림픽,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도 연이어 열린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내년은 국내외로 많은 이슈가 몰려 있어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이 덜할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개편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 우려와 강력한 대출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연내 분양하려는 건설사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 기관 “내년에도 집값 오른다”내년 상반기 부동산시장은 상승세가 한풀 꺾이겠지만 상승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2022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를 통해 내년 집값이 전년 대비 전국 2%, 수도권 3%, 지방은 1% 상승할 것으로 각각 예측했다. 올해 집값이 9.6%(전국 기준) 오른 것에 비해 상승폭이 축소됐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집값 고점에 대한 부담감,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매수자가 선뜻 시장에 진입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산연은 내년 전국 전셋값이 6.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6.8%)와 비슷한 수준이다. 내년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매물이 높은 시세에 전세로 거래되면서 전셋값이 오를 것으로 봤다.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내년 부동산시장 상승세를 예측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11월 경제 브리프’ 자료를 통해 “2022년 전국 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은 3.7%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유치,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이 호재로 작용해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수요자들도 집값 상승을 점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가 1311명을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에 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8.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합’이라는 응답은 37.5%였고, ‘하락’은 14.3%에 그쳤다. 매매 가격 상승을 전망한 이유로는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 답변이 40.7%로 가장 많았다. 서울 등 주요 도심의 공급 부족 심화(18.0%), 덜 오른 지역에 대한 풍선효과(12.7%), 선거를 앞두고 정책 기대 강화(7.6%), 아파트 분양시장 활성화(7.6%),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활성화(6.7%) 등이 뒤를 이었다. 상반기 전셋값 전망에 관한 질문에는 설문자의 62.3%가 ‘상승’이라고 답했다. ‘보합’은 27.5%였고, ‘하락’은 10.1%로 집계됐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