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사상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이 다음달 증시에 입성한다. 희망공모가가 최고 30만원으로 정해지면서 몸값은 70조원대까지 치솟게 됐다. 시가총액 3위로 직행하는 것이다.
‘공모주 끝판왕’ 마침내 등판LG에너지솔루션은 7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계획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희망 공모가격은 25만7000~30만원으로 제시했다. 공모 규모는 10조9225억~12조7500억원이다. 2010년 삼성생명(4조8881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 공모 규모 기록을 새로 쓴다. 다음달 기관투자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을 거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 직후 시가총액은 최대 70조2000억원이다. 상장 후 공모가격만 유지해도 삼성전자(462조612억원)와 SK하이닉스(88조4523억원) 뒤를 이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에 오른다.
증권가 일각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따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렇게 되면 상장 당일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도약한다. 이 회사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CATL 몸값이 지난해 말 150조원에서 현재 약 290조원 수준으로 불어나는 등 배터리기업이 각광받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 1~10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3.0%로, 중국 CATL(28.2%)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배터리 투자 실탄 대거 확보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이 작년 12월 전지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세워진 회사다. 전기차와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 등에 쓰이는 2차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만든다.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매출은 13조4125억원, 영업이익은 6927억원이다. 지난 3분기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의 리콜 비용 충당금(6200억원)을 쌓았음에도 이익 성장세가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로 조달한 자금을 배터리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 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기준 연간 120GWh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3년 260GWh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미국, 중국, 폴란드 등 해외에 둔 배터리 공장에서 지속적인 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상장 과정에서 LG화학도 보유 중인 LG에너지솔루션 주식 2억 주 중 850만 주를 구주 매출로 처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최대 2조5500억원을 손에 쥘 전망이다. 1주라도 더 받으려면LG에너지솔루션이 일반청약으로 내놓은 공모주는 3조1875억원어치(공모가격 상단 기준)에 달한다. ‘대어’ 공모주는 모집 물량이 많은 만큼 경쟁률은 비교적 낮기 때문에 중소형 공모주보다 많은 물량을 받아갈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조(兆) 단위 공모 규모로 상장한 기업은 일반청약 경쟁률이 지난 9월 상장한 현대중공업(404 대 1)이 가장 높았을 뿐 대부분 500 대 1을 밑돌았다.
일반청약 물량의 50%(531만2500주) 이상을 균등배정 방식으로 모집하기 때문에 최소 단위인 10주(예상 증거금 128만8000~150만원)만 청약하고 1주 이상을 손에 쥘 가능성도 높다. 일반청약에 531만2500명 이하로 참여하면 최소 단위 청약자도 1주를 받는다.
참여자당 주식 수가 딱 떨어지지 않으면 추첨을 통해 1주를 더 받을 수 있다. 지난달 일반청약 물량(425만 주)을 모두 균등배정 방식으로 모집한 카카오페이의 경우 약 182만 명이 청약에 참여했다. 가장 많이 배정받은 투자자는 4주를 받았다.
이 때문에 여유 자금이 많다면 배정 물량이 가장 많은 KB증권(486만9792주)을, 동원할 자금이 적다면 가입자 수가 비교적 적은 신영증권이나 하이투자증권을 노리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