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태평양전쟁 80년

입력 2021-12-07 17:21
수정 2021-12-08 01:16
전 세계 바다의 절반을 차지하는 거대한 해양, 지구 표면의 3분의 1이 넘고 모든 육지를 합한 것보다 더 넓은 면적, 동서 길이 1만6000㎞에 남극~북극을 잇는 대양. 태평양은 글자 그대로 가장 크고(太), 평평한(平), 바다(洋)다.

이 넓은 대양이 전쟁에 휩싸인 경우는 단 한 차례다. 80년 전인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하와이의 진주만을 공습하면서 태평양전쟁이 시작됐다. 이날 기습으로 미국은 군함 16척과 군용기 200대를 잃었다. 전사자도 2000명이나 됐다. 태평양 한복판에서 미 해군을 격파한 일본은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잇달아 점령했다.

미국은 이날의 치욕을 6개월 뒤 미드웨이 해전에서 갚았다. 4일간 벌어진 해전에서 미군은 일본 항공모함 4척과 순양함 1척, 항공기 322대를 수장시키며 승기를 잡았다. 이어 과달카날 전투 승리로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일본은 끝까지 항복을 거부하다 1945년 원자폭탄을 맞고 두 손을 들었다.

이 전쟁으로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 됐고, 일본은 거함·거포주의의 몰락과 함께 미국 주도의 태평양 질서에 종속됐다. 이후 태평양은 ‘아시아·태평양’ ‘인도·태평양’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안보동맹과 경제협력 중심으로 재편됐다.

최근 태평양 해역에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엔 중국이다. 중국의 국방비는 올해 2000억달러(약 238조원)를 넘었다. 지난해 300개를 돌파한 핵탄두는 2030년까지 1000개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음속보다 5배 이상 빨라 방어가 거의 불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미국보다 앞섰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일본·인도와 4국 협의체 ‘쿼드’, 영국·호주와 3국 동맹 ‘오커스’까지 결성했지만 중국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연합해상훈련에 나서는 등 태평양 진출을 노골화하고 있다. 세 번째 항공모함을 건조하면서 미 항모의 모형물 파괴훈련까지 벌이고 있다.

이에 미 7함대 사령관은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을 억제하려면 서태평양 항모를 1척(로널드 레이건호)에서 4척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7함대는 한반도 유사시 제일 먼저 항모를 급파하는 함대다. 80년 만에 다시 거세지는 태평양의 파고 앞에서 진정한 힘과 평화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영어명 ‘평화로운 바다(Pacific Ocean)’의 본뜻도 함께 새겨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