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를 끈 예능프로 ‘스트리트 우먼 파이트’의 음악 ‘헤이 마마(hey mama)’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OST 등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흘러나왔다. 청년 댄서팀이 등장했고 청년 당원이 다수 자리를 차지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합류, 이준석 대표와의 극적 화해를 거쳐 6일 닻을 올린 ‘윤석열 선대위’ 출범식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행사는 ‘청년과 변화’를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장막을 걷으며 무대 뒤에서 등장했다. 윤 후보는 “지겹도록 역겨운 위선 정권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며 “저와 함께 우리 당과 대한민국을 확 바꿉시다”라고 말했다. 尹, 민생·경제 강조국민의힘의 선거대책위원회가 이날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공식 출범했다. 후보 선출 한 달 만에 공식 조직을 갖추고 본격적인 대선 경쟁을 시작한 셈이다. 윤 후보는 이날 출범식에서 ‘민생과 경제’를 강조했다.
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코로나 중환자 병실을 늘리는 데 써야 할 돈을 오로지 표를 더 얻기 위해 전 국민에게 무분별하게 돈을 뿌렸다”며 포퓰리즘 정책을 지적했다. 그는 “집 없는 국민은 급등한 전세보증금과 월세 때문에 고통받고, 집 있는 국민은 과중한 세금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도 했다. 6개월 전 대통령 출마 선언에서 최우선적으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고 했고, 한 달 전 최종 대선 후보 수락 연설문에서 “법치의 유린을 막겠다”고 한 것과는 강조하는 포인트가 사뭇 달라진 셈이다. 국민에게 좀 더 와닿는 경제 문제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윤 후보는 이어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디지털 전환·녹색 전환·바이오 전환은 더 빠른 속도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며 “기술의 변화가 커다란 기회의 창을 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기회의 창을 활짝 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유와 공정”이라며 “정부는 공정한 경쟁 여건을 조성하고, 민간은 창의와 상상을 마음껏 발휘하는 경제를 만들어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이어진 갈등 상황을 의식한 듯 정권 교체를 위한 ‘원팀’도 강조했다. 윤 후보는 “지난 6월 정치 참여 선언에서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이 달라도, 정권 교체라는 한 가지 생각만 같으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이제부터는 열 가지 중 아홉 가지가 아니라, 백 가지 중 아흔아홉 가지가 달라도 정권 교체의 뜻 하나만 같다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최우선 공약으로 ‘코로나로 인한 빈곤 극복’과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 등 경제 문제를 꼽았다. 그는 “그동안 준비해 놓았던 것을 신속하게 국민께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文정부, 앞뒤 바뀐 정책으로 국민 고통”선대위의 ‘원톱’을 맡은 김 총괄선대위원장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은 “우리는 지금 무능하고 부패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고 벼랑 끝에 선 민생 경제를 되살리며 공정과 상식을 되살릴 새로운 정부를 세울 대장정의 출발점에 섰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국가를 자신들의 어설픈 이념을 실험하는 연구실로 여겼다”며 “성장 결과로 분배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소득을 올려 성장을 도모한다는 앞뒤 바뀐 정책으로 수많은 청년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잃고 자영업자는 고통받았다”고 했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은 “대한민국 미래를 더 이상 이들에게 맡길 수 없다”며 “국민 일상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직격했다. 그는 “이 후보는 권력의 칼로 시장과 기업,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라며 “분배와 복지라는 이름 아래 그 지속 가능성을 파괴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 역사를 보면 국가주의와 대중영합주의가 결합할 때 좌파든 우파든 파멸을 맞았다”고 했다.
다만 윤석열 선대위의 최우선 과제가 김 총괄선대위원장과 김 상임선대위원장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점은 이날 행사와 연설에서도 드러났다. 전날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시장경제를 내세우며 자유주의자인 척한다”고 말한 김 총괄선대위원장과 달리 김 상임선대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자유주의가 바탕이 되는 체제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둘 사이의 냉랭한 분위기도 흘렀다. 행사장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았지만 특별한 대화나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李, 당 혁신 우선적으로 강조이 대표는 당 내부의 혁신을 강조했다. 정부·여당을 겨냥하기에 앞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스스로부터 먼저 개혁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그는 “지금 저는 머릿속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두렵다”며 “제1야당이 국정농단과 탄핵의 상처·무능을 넘어 새로워졌는가가 두렵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며칠간 제가 초래한 혼란에 대해 비판은 달게 받겠다”면서도 “남을 깎아내리고 이간질하는 사람들은 선대위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이 극단적 성향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식당에서 소리 지르는 다른 지지자에게 호감을 가진 적이 없다면 정치 유튜버의 우격다짐에 호감을 갖는 젊은 세대는 없다”며 “아무리 분노했더라도 성난 모습보다는 합리적이고 품위 있는 보수 유권자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강조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