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철수할 때…올리브영 ‘옴니채널’로 대박

입력 2021-12-06 17:18
수정 2021-12-14 15:38

헬스&뷰티(H&B)스토어 시장은 2010년대 유통 공룡들의 격전지였다. 1999년 CJ올리브영(사진)이 국내에 처음으로 매장을 낸 뒤 GS리테일(랄라블라), 롯데쇼핑(롭스) 등 후발주자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는 국내 H&B시장의 경쟁 구도를 단숨에 정리하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랄라블라, 롭스는 매장 수를 줄이거나 사업 철수 수순에 들어갔다. 반면 CJ올리브영은 올해 사상 첫 연매출 2조원을 바라볼 정도로 절대강자의 입지를 굳혔다. 선제적으로 온·오프라인 통합 ‘옴니채널’ 전략을 도입하고 급성장하는 건강기능식품 등을 공략한 전략이 H&B 시장의 승부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장품 당일배송 ‘오늘드림’ 서비스 대박 CJ올리브영은 1999년 서울 신사동에 국내 첫 H&B스토어 올리브영을 열었다. 국내에서 화장품 로드숍과 편의점, 약국을 결합한 드러그스토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의약품 대신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에 집중하는 H&B스토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했다. 소비자 사이에선 화장품 제조사가 운영하는 화장품 로드숍과 달리 여러 브랜드의 화장품을 한 곳에서 비교해볼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H&B스토어는 한국 시장 상황에 맞게 진화한 드러그스토어”라며 “가성비가 높은 화장품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성장했다”고 말했다.

H&B스토어가 인기를 끌면서 올리브영과 비슷한 브랜드가 쏟아지자 CJ올리브영은 2018년 ‘옴니채널’ 전략을 들고 나왔다. 오프라인 매장 수로도 경쟁 브랜드를 압도하고 있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디에서든 편하게 상품을 구매하고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2018년 말 도입한 ‘오늘드림’ 서비스는 대표적인 옴니채널 전략 중 하나다. 온라인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인근 매장에서 오토바이로 당일 배송하는 서비스다. 당시에는 신선식품도 아닌 화장품을 누가 당일에 오토바이로 배송받겠느냐는 비웃음도 샀지만 지금은 경쟁 브랜드가 따라잡기 힘든 올리브영만의 경쟁력이 됐다. 전체 매출 중 온라인 매출 비중이 25%까지 빠르게 늘어난 데는 오늘드림 서비스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사상 첫 매출 2조원 돌파 예상CJ올리브영의 핵심 경쟁력은 상품기획(MD) 역량이다. 20년간 쌓아온 노하우에 더해 1200개가 넘는 매장 수를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좋은 상품을 싸게 파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의 대중화로 국내에만 5000여 개가 넘는 화장품 브랜드가 난립한 상황”이라며 “이 중 옥석을 가려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역할을 올리브영보다 잘 해낼 수 있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급성장한 것도 올리브영 성장에 기여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올리브영의 건기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줄어든 색조화장품 매출을 건기식이 메웠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에도 1조8738억원의 매출을 올린 CJ올리브영은 올해 매출 2조원 문턱을 처음으로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CJ올리브영은 내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마켓컬리, 무신사 등이 뷰티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올리브영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마켓컬리의 뷰티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386% 급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 패션 플랫폼의 영토 확장으로 H&B 시장에 새로운 경쟁구도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