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기숙사 택배 수령 방식을 두고 학교와 학생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학교측은 기숙생의 택배를 택배 보관소에 모아두고 학생들이 직접 찾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공동생활 공간에서 분실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에만 택배를 찾을 수 있고 늦게 찾을 경우 연체료까지 내야 한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이 서울대 기숙사 행정실과 택배 보관소 운영업체를 고소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 "택배 불편하다" 서울대 고소한 학생들6일 ‘서울대 택배 보관소 대응 실무진’ 대표를 맡은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서 씨(19)는 지난 4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서울대 기숙사 행정실장과 택배 보관소 운영업체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업무방해, 점유이탈물횡령 등을 문제삼았다. 민사상 점유 권리 부존재 확인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이씨는 “택배를 주문한 학생들이 택배의 소유자인데, 학교 행정실과 택배보관소는 학생들의 동의 없이 물건을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와 함께 처벌 탄원서를 제출한 서울대생은 60명에 달한다.
서울대 택배보관소는 2005년 설치된 이래 16년 동안 운영됐다. 14개 건물에 거주하는 5300여명 기숙생의 택배는 모두 한 곳의 택배 보관소로 모이고, 학생들은 정해진 일과 시간에 이곳에 들러 택배를 찾아가는 구조다.
서울대는 사설업체 BTL과 계약해 택배 보관소 업무를 맡기고, 택배 보관소는 다시 서울대 담당 택배 기사들과 계약해 기사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대신 택배를 보관, 관리한다. 택배 기사들은 택배 보관료로 1개당 300원의 수수료를 보관소에 지불한다.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행정실 관계자는 “택배 보관소는 수업에 가거나 외출한 학생들이 직접 택배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분실, 도난을 예방하기 위해 생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생들은 꾸준히 불편을 토로했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9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에만 택배를 찾을 수 있고, 점심시간과 공휴일에는 택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5일 이내 택배를 찾아가지 않으면 연체료를 물어야 한다. 서울대 통계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강모씨(24)는 “요새는 어느 가정에서건 택배를 배달하면 문 앞으로 오는데, 기숙사에서는 걸어서 10분 넘게 걸리는 보관소까지 걸어가 택배를 찾아와야 한다”며 “연구실 퇴근이 늦는 날에는 보관소가 문을 닫아 택배를 찾을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 "문앞 배송은 어려워...보관소 늘리는 방향 논의"서울대 기숙사 측은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택배 수령 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기숙사 행정실과 기숙사 공식 학부생 자치회는 지난 7월부터 협의회를 3차례 진행했고, 6일에는 행정실, 학생 자치회, 서울대 담당 택배 기사들이 모여 4차 협의회를 개최했다.
문 앞 배송은 어렵다는 것이 기숙사와 택배 기사들의 입장이다. 기숙사 행정실 관계자는 “지난달 CJ대한통운, 롯데택배 등 7개 회사의 택배 기사들과 함께 협의회를 개최했다”며 “택배기사 가운데 두 사람은 기숙사 호실 앞으로 배달해야 하면 서울대 배송을 그만두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택배 기사들은 건당 300원의 보관료를 지불하더라도 택배보관소 한 곳에 모든 기숙사생들의 택배를 맡기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어 행정실 관계자는 “안전 문제 때문에 공동생활공간인 기숙사 건물 내부에 택배 기사가 들어가 문 앞으로 일일이 배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대안으로는 보관소 개수와 운영시간을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기숙사 행정실 관계자는 “지금은 한 곳인 보관소를 세 곳으로 늘리고, 24시간 무인으로 운영하되 CCTV를 설치해 분실을 예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