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내년 첫 '3조원대' 예산…美·中 경쟁에 관련 예산 대폭 반영

입력 2021-12-06 15:53
수정 2021-12-06 15:57

외교부가 내년도 예산이 3조53억원으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외교부 예산이 3조원대에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 대거 포함됐다.

외교부는 6일 내년도 예산이 올해보다 5.8% 증가한 3조53억원으로 지난 3일 국회에서 최종 확정됐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당초 정부안은 3조23억원이었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30억원이 늘어났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 예산은 2007년에 1조원대에 처음 진입했고 2012년도에 2조원대에 처음 진입한 이래 10년만에 3조원대에 진입했다”며 “여러 방면에서 급증하는 외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안정적 재원이 확보됐다”고 밝혔다.

내년도 외교부 예산은 미·중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 대거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신설되는 경제안보센터(가칭)가 대표적이다. 25억5000만원이 배정된 경제안보센터는 최근 설립된 ‘경제안보 태스크포스(TF)’를 지원하고 최근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 등의 공급망 교란을 조기에 포착해 대응하겠다는 차원이다. 2013년 통상교섭본부가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간 이후 외교부가 이처럼 대대적으로 경제외교 조직을 확충하는 것은 처음이다.

과학기술외교 관련 예산도 올해 3억원에서 내년 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거점 재외공관들을 통해 주요국들과의 협력사업을 발굴하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외교부 당국자는 “내년도 예산에는 특히 경제안보와 관련된 예산에 집중 투자했다”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올해대비 16.7% 늘어나 처음으로 1조원대에 진입했다. 1조1093억원이 배정된 ODA 예산에는 ‘코백스 AMC’에 사용될 1억달러(약 1183억원)가 포함됐다. 코백스 AMC는 선진국이 공여한 자금으로 개도국에 백신을 공급하는 메커니즘이다. 이밖에도 루마니아에 의료물품을 공여하는 재원 88억원이 포함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루마니아로부터 모더나 백신 105만3000회분을 공급받고, 대신 방역 물품을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의 운영 예산으로도 2억원이 처음 반영됐다.

전 세계 재외공관에도 약 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외교부는 재외공관 리모델링 사업에 288억원, 재외공관 원격근무 시스템 등 정보화 사업에 31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재외국민 무자력자(자금력이 없는 자)를 위한 긴급지원 예산에 5억원, 해외 위난 시 전세기 투입 등에 필요한 예산도 20억원으로 늘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격에 맞는 재외공관을 유지하고 확대를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한편 외교부는 ‘위드 코로나’의 단계적 시행으로 인해 내년도 여권 발급 수요 증가로 인한 세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는 대면 외교 활동, 기업의 해외활동, 해외여행 등이 완전 정상화까진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 재개될 것이라 예측하고 편성했다”며 “450만권의 여권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반영했는데 실제로는 700만권까지 발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