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쇼핑몰에 '가상 수족관'…유럽 홀린 메타버스 스타트업

입력 2021-12-06 15:25
수정 2021-12-06 15:26

지난 8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대형 쇼핑몰 글로리에스에 국내 메타버스 스타트업 더블미의 혼합현실(MR) 수족관이 들어섰다. 방문객이 쇼핑몰 내에서 스마트폰이나 MR 기기의 ‘트윈월드’ 앱을 켜면 각종 물고기와 산호초 등이 가득한 가상 수족관을 체험할 수 있게 한 공간이다. 3차원(3D) 아바타로 구현된 사용자가 수족관 꾸미기, 조개 잡기 등을 즐길 수 있다.

바르셀로나 최대 쇼핑몰과 일대 거리가 한국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선보이는 ‘테스트베드(시험대)’가 됐다. 서울시의 창업 지원기관 서울창업허브의 ‘PoC(Proof of Concept·개념 증명) 사업’을 통해서다. PoC는 기존 시장에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 검증하는 단계를 뜻한다.

서울창업허브는 한국무역협회와 국내 혁신 기술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페인 테스트베드 프로그램’을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진행했다. 총 80개 스타트업이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최종 선정된 5개 혁신 스타트업이 스페인에서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태훈 서울창업허브 창업본부장은 “국내 우수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유럽 전역에 진출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더블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 최대 상업용 부동산기업 유니베일 로담코 웨스트필드(URW)와 협업했다. URW는 세계 120개 지역에서 복합 쇼핑몰 ‘웨스트필드’를 운영한다. 김희관 더블미 대표는 “기존엔 주로 통신기업들과 함께 한 메타버스 사업 활용처를 유통 산업군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실제 활용 사례를 늘리고자 PoC 사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들이 해외 기업과 협업하고자 할 때는 누구를 어떻게 만나야 할지 알기가 쉽지 않은데, 서울창업허브의 PoC 사업 덕분에 URW처럼 세계적인 기업과 쉽게 연결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더블미는 현실 공간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MR 플랫폼 트윈월드를 운영한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가 특징이다. 개발 기업이 구현해 놓은 가상공간이 주가 되는 기존 대형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가상현실(VR) 서비스 등과 달리 사용자가 손쉽게 가상세계를 만들 수 있다. 8월엔 별도 웨어러블 기기를 쓰지 않고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메타버스 MR 콘텐츠를 이용할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스페인 PoC 사업을 통해 구축한 가상 수족관은 PoC 사업 기간이 끝난 뒤에도 사용자들이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쇼핑몰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해 꾸준히 집객 효과를 낼 수 있고, 스타트업 입장에선 구체적인 사업 실증 사례가 계속 남아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이 덕분에 스페인 일대 트윈월드 사용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더블미와 URW는 유럽 내 다른 웨스트필드 쇼핑몰에도 MR 수족관을 적용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실제로 이동하지 않고도 한 도시에 있는 이용자가 다른 도시 쇼핑몰 공간을 실시간으로 둘러볼 수 있는 등 새로운 유통 공간 관련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한국경제·서울창업허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