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던 '로열 패밀리'로 불리던 쿠오모 형제가 나란히 성추문에 휩싸여 추락했다.
뉴욕타임즈는 4일(현지시간) 형 앤드루 쿠오모 전 미국 뉴욕주지사의 성추문을 돕던 크리스 쿠오모 CNN 앵커가 해고되기 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CNN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크리스가 형을 변호하기 위해 취한 행동에 관해 우리가 받은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성추행 주장을 인지했다"며 "우리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고발자는 앞서 앤드루를 성희롱으로 고발한 그의 보좌관 샤롯데 베넛의 변호사인 데브라 카츠 변호사로 알려졌다. 카츠 변호사는 "나의 고객이 크리스 쿠오모의 '심각한 성적 불법행위'의 희생자"라고 주장했고, 지난 1일 피해자의 주장과 관련해 CNN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츠 변호사는 크리스 쿠오모의 성추문이 알려진 후 성명을 통해 "내 고객은 크리스 쿠오모의 위선적인 방송 발언을 듣고 (쿠오모 전 주지사의) 피해 여성들에 대한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크리스의 노력에 혐오감을 느꼈다며 "그의 심각한 성적 불법행위를 CNN에 알리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크리스는 뉴욕주 검찰총장실 조사 결과, 당초 알려진 것보다 형의 성추문 대책회의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알려졌다. 형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취재 상황을 꾸준히 확인했고, 지난 3월에는 형의 최측근에게 "결혼식장 여성에 대한 단서가 있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결혼식장 여성'은 앤드루로부터 결혼식 피로연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피해 사실을 공개한 애나 러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는 형의 참모진에게 자신을 비롯한 외부 인사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는 등 성추행 대책에 적극적인 관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크리스는 ABC를 거쳐 2013년 CNN에 합류하며 간판 앵커로 성장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쿠오모 프라임 타임'이라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했고, 그의 형을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시키며 '윈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CNN은 의혹이 불거진 후 지난달 30일 무기 정직 처분을 내렸고, 그의 행위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는지 외부 로펌 결과를 기다려왔다.
이후 CNN은 로펌 검토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가 발견됐다고 전하면서 "크리스 쿠오모는 해고됐고, (해고 효력은) 즉시 발효됐다"고 발표했다.
크리스를 고발한 여성은 그가 방송을 진행하면서 형의 성희롱에 대해 "항상 매우 깊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한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며 피해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크리스는 억울함을 드러내고 있다. CNN 해고 소식이 알려진 후 자신의 트위터에 "CNN에서 보낸 시간이 이렇게 끝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크리스의 대변인 스티븐 골드버그는 성명서를 통해 "사실이 아니며 검증되지 않은 의혹"이라고 반박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