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에서 새로 문을 연 커피전문점이 사상 처음으로 1만60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루평균 44개의 카페가 쏟아진 셈이다. 10개 중 3개는 33㎡ 이하 규모의 소형 저가 커피 매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배달문화 확산 붐을 타고 저가 커피전문점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과당 경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전국에 문을 연 커피전문점은 1만4813개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신규 창업 커피점 1만4060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현 추세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만4628개)보다 개업 카페가 1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소형 저가 커피 매장의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올해 창업한 카페 중 매장 면적이 33㎡ 이하인 포장·배달 전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9.1%에 달했다. 2년 전(19.2%)보다 9.9%포인트 증가했다.
1인당 연간 카페에서 쓰는 돈(99.9달러·약 11만8000원)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아 ‘커피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은 한국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단기 급증이 국내 프랜차이즈업계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같은 상권에 여러 저가 커피 매장이 들어서면서 과잉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상 기후와 물류대란 등으로 국제 원두 가격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하며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3년간(2018~2020년) 창업한 커피전문점 중 폐업한 점포의 비중은 26.5%에 달한다. 카페 네 곳 중 한 곳은 개업 3년 안에 망했다는 얘기다. 중소형 프랜차이즈들은 이미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200개 미만의 가맹점을 운영 중인 비브라더스, 비케이컴퍼니 등은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가 커피 매장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권마다 카페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후발 주자로 카페 창업에 나설 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