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북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나섰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빠르면 내달 한·중 양국 (화상)정상회담 개최에도 합의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미국과의 협의가 진전된 데다 중국도 지지를 선언하면서 내년 초 종전선언 선포를 통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힘을 받게 됐다고 반색한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성과라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청와대 발표를 그대로 믿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청와대는 중국 측이 종전선언 추진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했으나,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발표문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대신 양국 경제협력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얘기만 올렸다. 또 중국 측 요청으로 회담을 하게 됐다고 밝혔으나, 베이징이 아니라 톈진에서 만났고 발표내용도 서로 달라, 한국 정부가 일을 급히 추진했다가 뭔가 잘못됐다는 인상마저 풍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금이 종전선언에 올인할 때인가’라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미·중 신냉전 구도하에서는 한반도 이슈가 핵심 의제로 자리잡기 어렵다. 한국이 종전선언을 고집하면 고집할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중국 측이 회담 직후 외교부 홈페이지에 “한국 측이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한 게 그런 사례다. 한국이 원하는 종전선언을 지지해 줄 테니 미국 주도의 올림픽 외교보이콧 대열에서 빠지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게다가 중국측 의존도가 큰 1850개의 원·부자재 공급문제 등은 해결하지 못한 채 종전선언에만 매달리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도 “대북제재가 핵개발의 명분이 되고 있다”(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등의 뒤통수 발언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다. 미묘한 국제정세를 헤쳐나갈 전략이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
종전선언은 임기 말 업적용으로 허겁지겁 추진할 일이 아니다. 차기 정부에서 긍정·부정 효과를 면밀히 따져 차분히 결정할 수 있도록 지금은 손 떼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