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젊은 '혁신 씨앗'이 농업 미래 바꾼다

입력 2021-12-05 17:47
수정 2021-12-06 00:15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를 맞아 농업에 다시금 관심과 투자가 몰리고 있지만 농촌 현장에서 만나는 농민들은 다들 위기라고 말한다. 기후변화는 오래된 경험을 무용하게 만들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은 더디기만 하다. 농촌의 공동화·고령화는 날로 심각해지고 다음 세대를 이을 청년들은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기존 방식을 고수하면서 청년들이 그 자리를 대신해 주기를 바라는 건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ESG 시대에 걸맞은 변화 모색이 필요하다. 먼저 청년들이 농업·농촌과 친숙해질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게 필요하다. 농장주가 되기 전에 먼저 농촌이 필요로 하는 사업에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농촌이 주는 여유와 농업이 주는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스마트농업 시범사업의 청년 참여 비율을 높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청년들이 농촌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농촌의 디지털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농촌 지역에서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자율주행 농기계를 운영하고 데이터 기반의 정밀농업으로 전환하려면 끊김 없는 위치정보와 음영지역 없는 5세대(5G) 통신망이 필요하다. 영국에서 시행한 ‘5G 농촌 먼저’ 프로젝트처럼 도농 간 정보 격차와 작목 간 디지털 기술 격차를 극복할 수 있도록 농촌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기반이 우선돼야 한다. 농촌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혁신의 씨앗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근래 들어 농업과 연계 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크게 늘고 있다. 스마트팜 기술 개발부터 디지털 농산물 유통, 토양탄소 감축 사업까지 참여 영역도 다양하다. 여느 농업 선진국처럼 미래 농업은 혁신적인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에는 애그테크(농업+기술) 분야의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 많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에 집중하는 소셜 임팩트 투자와 대기업의 ESG 사업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농업계를 둘러보면 아직은 이런 변화를 낯설어하는 게 느껴진다. 오래된 전통 산업답게 과거의 관행과 접근 방식은 디지털 기술을 개발하고 접목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하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는 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점차 개선돼 가는 특징이 있지만, 현재 연구개발(R&D)은 기술 완성도를 높인 후 적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우리 농업도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농수산 분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을 670만t 줄여야 한다. 노력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농업의 근간인 토양은 훌륭한 탄소흡수원이다. 매년 0.4%씩 토양유기물을 늘리면 작물 생산성을 높여 식량안보에 도움이 되고 탄소 감축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미 해외 선진국은 토양을 활용한 탄소농법을 펼치며 기후변화 대응 및 농가 소득 증대 지원에 빠르게 나서고 있다.

우리 스타트업들도 농민들이 토양 탄소의 저장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준비 중이다. 농민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해도를 높이는 활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이렇게 생산된 농산물을 도시민에게 더 잘 소개해 도시와 농촌이 함께 기후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