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 1호인 조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사퇴한 데 대해 "대한민국이 이슬람국가처럼 무슨 동일한 모럴 코덱스(moral codex.명예코드)를 공유한 도덕공동체냐"라며 대중의 관심을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4일 페이스북에 "그냥 조동연의 부도덕을 비난할 사람은 하시고, 그를 비난하는 이들의 갑갑함과 잔인함을 비난할 사람은 하시면 될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청교도주의를 배경으로 한 미국에서는 정치인의 사생활도 검증의 대상이 되지만, (프랑스 혁명의 세속주의의 영향인가?) 국가의 토대에 그런 종교적 배경을 허용하지 않는 유럽에선 남의 사생활엔 관심들 꺼주는 게 상식으로 통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옛날 클린턴-르윈스키 사건 때 미국에서는 속옷에서 클린턴 체액을 검출하는 일에 수백억을 썼다. 당시 독일 보수당의 우두머리 콜 수상에게 기자가 이 소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Zumkotzen’(구역질 난다)고 대답했던 게 기억난다"며 "우린 아직 명확한 합의가 없는지라 이러쿵저러쿵하는 거고. 근데 이런 논쟁도 사생결단하듯이 하는 걸 보면 재미도 있고, 뭐 그런 상태"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박정희는 ‘허리 아래의 일은 문제 삼지 않는다’고 쿨한 태도를 취했다”면서도 “그 쿨함도 알고 보면 굳건한 남성연대. 여자들의 사생활에까지 쿨했던 것 같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사생활 검증을 남녀에게 공히 적용하는 게 차라리 진보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공동체 대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인권의 제약 혹은 침해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입장은 남녀 공히 문제 삼을 필요 없다는 것. 사생활이 있는 이들의 공직을 제한함으로써 얻어지는 사회적 이익은 불분명한 반면, 그로 인한 피해는 비교적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자유주의자의 관점에선 공동체가 나의 침실을 들여다본다는 게 많이 거시기하다. 사적 의무와 공적 의무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나도 ‘Zumkotzen.’ 이쪽이나 저쪽이나 자유주의자는 참 드물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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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