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전만 해도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와 관련해 “후퇴는 없다”고 한 정부가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의 협공에 두손을 들었다. 델타 변이만으로도 의료체계가 붕괴 직전까지 내몰렸는데, 이보다 전파력이 5배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마저 상륙하자 4일 전(11월 29일) 내놓은 ‘널널한’ 방역 강화 대책으로는 확산세를 막을 수 없다고 인정한 것이다.
방역당국이 ‘사적모임 허용인원 축소’ 및 ‘방역패스 적용 업종·대상 확대’ 카드를 꺼내든 만큼 한 달 동안 유지된 위드 코로나는 다음주부터 공식 중단된다. 정부는 “4일 전 발표한 부스터샷(추가 접종) 확대 조치와 맞물리면서 1~2주 뒤부터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하지만 의료계에선 “확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송년회는 6명까지만3일 방역당국이 내놓은 특별방역대책 추가 조치의 핵심은 △사적모임 허용인원 축소 △방역패스 적용 업종 및 대상 확대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사적모임 최대 허용인원은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정했다. 참석자가 모두 백신을 맞았더라도 이 범위를 넘으면 안 된다. 다만 모임 멤버 중 1명은 미접종자여도 된다. 수도권은 ‘접종완료자 5명+미접종자 1명’, 비수도권은 ‘7명+1명’까지 모일 수 있다는 얘기다. 6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적용되는 만큼 사실상 ‘송년회 참석인원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정해준 셈이다. “연말 대목은 끝났다”는 볼멘소리가 자영업자 사이에서 나온다.
미접종자는 1명까지 식당·카페 입장을 허용하기로 한 만큼 미접종자도 식당에서 ‘혼밥’(혼자 밥먹는 것)은 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 또는 밤 12시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최종 방안에는 넣지 않았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도)는 적용 업종과 인원을 대폭 늘렸다.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목욕탕 실내체육시설 정도이던 방역패스 업종에 식당·카페와 학원 PC방 영화관 독서실 박물관 도서관 등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실내시설을 대거 추가했다. 6일부터 시행한다. 계도기간(1주일)이 끝나는 13일부터는 단속에 들어간다. 2022년 2월 1일부터는 방역패스 대상 인원에 중·고교생(12~18세)을 추가한다.
정부 관계자는 “다중이용시설 입장객을 접종완료자와 48시간 이전에 받은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사람으로 제한해야 집단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미접종자에게 ‘불편함’을 안겨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결혼식장 장례식장 유원시설(놀이공원·워터파크) 오락실 상점·마트·백화점, 종교시설 등은 방역패스 예외 업종으로 남겨뒀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생활 필수시설(마트 등)이거나 별도 모임·행사 기준(결혼식장 등)이 있는 경우, 출입 관리가 어려운 경우(백화점 시장 등)는 방역패스 대상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2주 내 효과” vs “실효성 낮을 것”정부가 위드 코로나 계획을 접은 건 그만큼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 시행 직전 하루 평균 1900명(10월 26~31일)이던 신규 확진자 수는 한 달 만에 5000명을 넘었고, 위중증 환자 수도 337.9명에서 700명대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같은 기간 55%에서 83%대로 수직 상승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과 4일 전 공개한 부스터샷 확대 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코로나19 확산세에 어느 정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방역패스 유효기간을 6개월로 설정하고, 부스터샷 대상을 18세 이상 모든 성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2주 정도 뒤부터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번 대책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적모임 허용인원을 대폭 줄이지 않은 데다 식당·카페 운영시간을 축소하는 방안도 빠졌기 때문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하루 5000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 모르겠다”고 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