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휴가 승인 다 받아놓고 항공권도 예약했는데 뭐 어쩌겠어요. 취소해야죠."
연말을 겨냥해 해외여행을 계획했다는 A 씨는 지난 3일 한경닷컴에 "하늘길이 열렸음에도 외국으로 나갈 수가 없다"고 울상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신종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모든 국가에서 우리나라로 입국하는 내외국인을 백신 접종 여부에 상관없이 이날부터 2주에 걸쳐 열흘간 격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최근 주변에서 외국 여행을 다녀온 인원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있긴 해서 '한 겨울밤의 꿀'을 꿈꿨다"며 "정부가 이렇게 급작스럽게 자가격리 방침을 내놓을지는 몰랐는데 이해는 한다. 국내에서 '솔크'(솔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한다는 게 서러울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오미크론 유입을 막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으로 인해 출국뿐만 아니라 국내 입국에 어려움을 겪는 인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의 발표가 있고 나서 열흘에 걸친 격리를 피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2일 국내로 돌아오는 항공편의 예약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발표로 인해 해외 항공편의 이용객 수가 당분간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해외여행 방침이 시시각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특성을 고려해 항공편을 취소하는 이용객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로 향하는 항공기에서 근무했다는 승무원 B 씨는 "회사 업무나 개인 사업을 비롯해 여행객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다"며 "특히 이달 출국하는 항공편에 예약을 걸어둔 신혼부부도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국가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하와이, 괌, 사이판 등을 포함한 미국과 호주, 태국, 싱가포르 등은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 한해 사실상 무격리에 가까운 지침을 둔 터라 해외 여행지로 주목을 받고 있었다.
B 씨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추진 전까지는 사실 여행객도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이었다. 이런 추세로 가면 6개월~1년 안으로 예전과 비슷하게 돌아갈 수 있는 듯 보였다"며 "이용객들의 처지에서는 오미크론 확산에 대한 우려보다는 갑작스러운 정부의 격리 조치로 해외로 가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라고 부연했다.
국내 한 항공사에서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C 씨도 "회사에서도 해외 항공편을 늘리려고 했고, 예약률도 꽤 높았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새로운 정부 지침이 내려오면서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의 업무 복귀도 미뤄졌다는 걸 보면 항공편 이용객이 줄어든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격리 조치가 여행객 수요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여객 예약률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격리 여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델타 변이를 이미 경험한 탓에 현장에서는 오미크론이라고해서 특별하게 여기지는 않는다"며 "다만 정부가 입출국에 제한을 두면 그 변이가 더 무서운 것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여행심리가 풀리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