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안됩니다"…증권사에서 걸려온 다급한 전화 [구은서의 연금개미 백과사전]

입력 2021-12-05 11:22
수정 2021-12-05 13:22

직장인 A씨는 최근 퇴직연금 계좌를 만든 증권사로부터 '위험자산 투자한도를 초과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퇴직연금 위험자산 투자한도란 게 뭐기에 넘쳤다는 걸까요. 이런 연락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예 이런 제한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상품은 없을까요.
위험자산은 70%까지만현행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시행규칙은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위험자산에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합니다. 아무래도 노후에 요긴하게 사용할 돈이다 보니 투자 위험도를 조정하도록 해둔 겁니다.

위험자산과 비위험자산은 어떻게 구분할까요. 위험자산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상품들입니다. 주식 비중이 40%가 넘는 주식형·주식혼합형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하이일드채권형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이 해당합니다. 인버스, 레버리지, 파생 상품형 ETF에는 아예 투자할 수 없습니다.


비위험자산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주식비중이 40% 이하이면서 투자부적격등급 채권 비중이 30% 이하인 채권형·채권혼합형 펀드, 채권 ETF를 비롯해 은행 예금 같은 원리금 보장상품, 적격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입니다.

70%룰은 원금 기준이 아니라 평가액 기준으로 적용됩니다. 퇴직연금 계좌를 운용하는 금융사에서 하루에 한 번꼴로 평가액 비중을 확인합니다.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를 6:4로 담았더라도 시간이 지나 주식 가격이 오르면 비중이 달라질 수 있는 거죠. 이건 축하드릴 만한 사례인데요, 거꾸로 채권형 펀드에 손실이 발생해 위험자산 투자비중이 올라가버리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습니다.

퇴직연금 위험자산 비중이 70%가 넘었다고 해도 강제로 처분되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새로 적립금이 들어왔을 때나 상품을 팔고 살 때 제약이 따르겠죠. 그래서 판매사들은 통상 위험자산 비중이 70%에 도달하기 전 미리미리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안내문을 보내 투자자산 비중을 조절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적격 TDF는 100% 투자 가능이런 70%룰과 관계 없이 적립금을 100%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있습니다. 일단 비위험자산으로 분류된 것들은 70%룰과 상관 없이 전부 투자 가능합니다.

주식 투자 비중이 70%를 넘어도 예외로 인정 받는 상품도 있죠. 바로 적격 TDF죠. 지난주에 살펴봤듯이, TDF는 생애주기에 따라 위험자산과 비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펀드거든요. 현재 출시돼있는 TDF는 대부분 적격 TDF지만, 적격 TDF의 기준을 알아두면 좋겠죠.

퇴직연금 감독규정 시행세칙 제5조2항에 따르면
1. 은퇴예상시기 등 투자목표시점이 다가올수록 위험자산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는 생애주기형 자산배분 전략을 갖추고(글라이드패스를 갖고 있고)
2. 투자목표시점(빈티지)이 설정일로부터 5년 이상 남았고 그 투자목표시점이 상품명에 명시돼있으며
3. 어느 시점이든 주식 비중이 80%를 넘지 않고 투자목표시점 이후에는 40%를 넘지 않으며
4. 투자적격등급 이외의 채권 비중이 전체 투자자산의 20%(채권 중에서는 50%)를 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성껏 퇴직연금 불려나가다가도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 있죠. 정부는 근로자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일정 조건이 충족될 때만 퇴직연금 적립금을 중간에 빼서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퇴직연금 중도인출 조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