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잡스경제' 출간한 박철우 산업기술대 교수

입력 2021-12-03 18:15
수정 2021-12-03 19:10
“사람에게 있어 일자리와 주거는 삶의 기본 조건입니다. 그런 일자리가 급변하는 사회 및 산업변화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어느 정부나 모든 정책 중에서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지만 완전한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은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기계공학과)가 일자리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온 이 분야 전문가 15명과 함께 <</span>잡스(Jobs)경제>라는 책을 최근 출간했다. 연세대 기계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딴뒤 LG산전 선임연구원을 거친 박 교수는 공대 교수이면서 일자리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중진학자다.

그동안 <</span>한국의 청년고용(2016)> <</span>생산가능인구 감소시대 인력정책 10대이슈(2014)> 등을 펴냈다. <</span>잡스경제>에는 김지운 홍익대 경제학부 조교수,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기업연구단 선임연구위원, 양현모 전략컨설팅 집현(주) 대표이사, 정안정 KOPEA 상임이사(PETES 대표), 정형철 수원대 데이터과학부 교수, 박일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주요 내용은 △민간 일자리 촉진을 위한 정책 △지역일자리 정책 △세대와 젠더 특성을 고려한 일자리 정책 △혁신환경 등이다.

-<</span>잡스경제>는 무슨 뜻인가.

“잡스(Jobs)경제는 디지털시대 고용창출형 혁신성장 정책을 표현한 것이다. 일자리를 의미하는 ‘jobs’와 스마트폰을 만든 기업인 스티브 잡스(Steve Paul Jobs)의 잡스(Jobs)를 차용한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디지털사회로의 변화를 고려해 일자리 정책 방향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과 방안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을 낸 목적은.

“잡스경제는 한마디로 일자리를 중시하는 경제이다. 일자리 생산성을 ‘산출/투입’이라 할 때, 분모와 분자를 모두 증가시켜가는 ‘국가단위 일자리 생산성 향상 경제정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분자에 해당하는 ‘일자리 만들기’와 분모에 해당하는 ‘일자리 나누기(고용 나누기)’를 통해, 함께 일하고 발전하며, 번영하는 완전고용 사회를 지향하자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

-그동안 일자리정책은 수없이 많이 나왔는데.

“국가가 다루는 정책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다. 경제, 산업, 노동 등 수 많은 정책이 매번 쏟아져 나온다. 과거에 많은 정책이 쏟아져 나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도 새로운 정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는 우리가 속한 이 사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가져오지만 그렇지 못한 정책은 문제를 더 크게 증폭시킨다.”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과 증폭시키는 정책의 차이는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병을 얻었을 때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이 제때 바르게 이뤄지면 병이 나을 수 있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는 매우 복잡하게 연결돼 진단이 매우 어렵고 해결방안도 간단치 않다. 뿐만 아니라 문제를 진단하고 방법을 찾는 과정, 실행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문제 해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자리 정책만큼은 숲과 나무를 함께 보듯 정교한 정책을 만들고 추진 과정을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숲은 무엇이고 나무는 무엇인가.

”숲은 정책 측면에서 국가가 지향하는 발전 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목표들로 구성된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나무는 구체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책들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는데 정부 조직과 정책의 성격을 고려해 여러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국가가 지향하는 발전 비전을 표현하는 방법은 일반적인 경제 개념에 몇 가지 다른 국가운영철학을 담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참여정부 때는 국가균형발전과 혁신성장으로 대표되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식기반경제와 녹색성장, 박근혜정부에서는 창조경제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초기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성장 등을 거쳐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여러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국가의 발전 비전과 전략을 포괄적 측면에서 한마디로 요약해 정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일자리정책은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있을텐데 그 해법은.

”공감한다. 일자리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이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통해 민간이 양질의 혁신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일자리 전략에선 특히 혁신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경제학과 엔리코 모레티 교수(직업의 지리학 저자)에 따르면 혁신일자리 1개가 만들어지면 비혁신일자리 5개(전문직 2개, 서비스업 3개)도 생긴다고 했다. IT의 경우엔 파괴되는 일자리 1개당 2.6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했다. 다만 일자리 손실은 지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지만, 일자리 증가는 대체로 특정 지역에 집중되기 때문에 우리 지역내 혁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정착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또한 제조업 일자리 1개를 유치하면 추가적인 지역 서비스업 일자리는 1.6개가 증가하고 반대면 1.6개 감소한다고 한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이후의 세상은 디지털 경제로 더욱 빠르게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

-결국 저성장, 고용없는 성장시대 한국의 미래는 창의성에 바탕을 두고 얼마나 혁신 일자리 창출에 역량을 집중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는데.

”맞다. 이런 혁신일자리 창출 방법도 <</span>잡스경제>에 담았다. 저서의 내용은 다수 전문가들이 모여 일자리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 것이다. 내용은 ‘숲’에 대한 개념 정의와 ‘나무’에 해당하는 정책 제안들로 구성돼 있다. 거시적인 경제현황과 정책방향부터 미시적인 산업기술정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일자리 정책에 대한 문제 인식과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다. 완벽한 답이 아니라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아이디어 하나하나 올려놓는 마음으로 참여한 것이다. 이들 제안들이 우리나라 일자리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기초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