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연합 작전계획(작계)을 새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핵 능력을 고도화한 북한이 유사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전략적인 판단에서다. 공동성명에는 중국을 겨냥한 듯 ‘대만 해협’ 문제를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일 서울 용산 국방부청사에서 열린 제53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동맹 노력을 계획하는 데 중요한 진전인 새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SPG는 유사시를 대비한 작계에 방향과 내용을 제시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양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SPG를 근거로 전략기획지시(SPD)를 작성하고, 한미연합사령부는 SPD를 근거로 새로운 작계를 마련하게 된다.
한·미가 새로운 작계를 내놓기로 한 배경에는 기존 작계가 현실적인 북핵 위협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평가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의 ‘작계 5015’는 2015년 최종 완성됐다. 하지만 이후 대대적으로 증강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위협 변화, 우리 군 자체적인 국방개혁2.0으로 인한 변화 등을 담을 작전계획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성명에는 “동맹의 연합 억제 태세를 증진하고 맞춤형 억제 전략 실행력을 제고했다”며 북핵에 대한 억지력 강화 의지도 담겼다.
양국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완전운용능력평가(FOC)를 내년 하반기에 실시하는 데 합의했다. FOC 평가 일정이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만료 뒤로 못 박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한국의 FOC 조기 실시 요구를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공동성명에는 “동맹의 대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연합연습 및 훈련의 지속 필요성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지난달 30일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이 방미 중 2부 연합훈련을 생략해야 한다고 하는 등 한국 정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온 연합훈련 축소론에 미국이 양국 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선을 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SCM 공동성명에는 처음으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과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 증진’ 등의 중국을 겨냥한 문구도 포함됐다. 정부가 종전선언을 제안한 가운데 새 작계를 만들고, 한·미 국방장관 공동성명에 대중 견제 메시지가 담기며 북·중 양국이 모두 반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를 예방한 오스틴 장관에게 “우리 정부는 차기 정부에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을 물려주기 위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당부한다”고 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