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넛지》가 출간된 이후 행동과학은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예컨대 인구 약 10만 명의 영국령 저지 섬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행동과학을 동원했다. 사람을 설득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지닌 ‘때문에(because)’와 ‘당신(you)’이란 단어를 적극 캠페인에 사용했고, 의사나 전문가 대신 평범한 사람을 내세웠다.
이런 행동과학을 비즈니스에는 적용할 수 없을까. 《처음 읽는 행동경영학》은 이런 물음에 답한다. 행동과학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리처드 탈러 등 석학들의 연구 성과를 쉽게 설명하고, 최일선 현장에서 행동과학을 적용하고 있는 전문가 25인의 경험과 노하우를 녹여냈다.
행동과학을 비즈니스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다. 구글은 화면에 ‘구글 검색’과 ‘I’m Feeling Lucky’ 등 2개의 버튼을 제공한다. 후자는 검색 결과 목록을 보여주는 대신 목록 제일 위에 있는 웹페이지로 바로 연결해준다. 광고를 보여주지 못하니 구글 입장에선 손해다. 그런데도 이 버튼을 남겨두는 건 구글이 언제나 가장 좋은 검색 결과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의 행동과학은 직원 관리에도 쓰인다. 미국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현재 아마존에 합병)는 직원을 붙잡아두기 위해 현금을 유인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수습 기간을 잘 마무리한 직원들에게 ‘입사 장려금’을 주는 대신 ‘회사를 떠나는 조건’으로 1000달러를 제시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이 제도를 물류센터 정직원에게까지 확장해 아마존에서 다시는 일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하고 떠나는 조건으로 최대 5000달러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용을 아껴준다. 결국 회사를 떠날 사람에게 임금, 훈련 비용, 간접비를 지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입문서 수준이다. ‘행동과학을 어떻게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가’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깊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