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소재사-글로벌 완성차 첫 '합작'

입력 2021-12-02 17:51
수정 2021-12-03 01:38
포스코케미칼(사장 민경준·사진)과 제너널모터스(GM)의 2차전지 양극재 합작법인 설립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2차전지 소재 기업이 직접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포스코케미칼은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신차의 5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만큼 이번 합작을 계기로 배터리 소재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연 9만t 양극재 공급 예정포스코케미칼은 GM과 합작사를 설립해 2024년부터 하이니켈 양극재를 얼티엄셀즈에 공급한다고 2일 발표했다. 얼티엄셀즈는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다. 통상 양극재 공장이 연산 3만t 단위로 건설되는 것을 감안하면 북미 공장도 1단계에서 비슷한 규모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연산 6만t 규모의 전남 광양 양극재 공장이 완공되면 포스코케미칼과 합작사가 얼티엄셀즈에 공급하는 양극재는 연 9만t에 이를 전망이다. 금액으로는 3조원어치다.

얼티엄셀즈는 오하이오와 테네시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에서 각각 연 5만2500t의 양극재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산 7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3, 4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양극재 소요량은 21만t으로 늘어난다. 포스코케미칼로선 양극재 공급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완성차 업체와 소재 기업이 직접 합작사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례적인 합작사 설립엔 수십 년간 이어진 포스코와 GM의 협력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초부터 자동차 강판 공급 계약 등을 통해 신뢰를 쌓아온 점이 합작사 설립으로 이어졌다”며 “최정우 회장과 메리 배라 GM 회장이 배터리 소재사업 협력을 위해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양·음극재 국산화 성과”포스코가 그룹 차원에서 리튬, 니켈, 흑연 등 2차전지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점도 경쟁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리튬 22만t, 니켈 10만t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탄자니아 흑연광산 지분을 인수하고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도 짓는 등 2차전지 소재의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양극재뿐 아니라 음극재도 공급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얼티엄셀즈의 공장이 상업 가동을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 저팽창 음극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저팽창 음극재는 에너지 저장용량을 유지하면서 수명을 늘리고 충전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날 국내 최초로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경북 포항 동해면 블루밸리산업단지에서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 1단계 준공식을 열었다.

인조흑연 음극재는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고 충전 시간을 줄여주는 강점을 갖고 있어 글로벌 음극재 시장에서 7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기업이 없어 지금까지 일본, 중국 등으로부터 전량 수입해왔다. 포스코케미칼은 소재 국산화를 위해 2307억원을 투자해 공장 건설에 나섰다.

2023년 공장이 모두 완공되면 연 1만6000t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번 1단계 준공으로는 연 8000t의 음극재를 우선 생산한다. 60㎾h(킬로와트시) 전기차 약 21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천연흑연·인조흑연 음극재를 모두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