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른 게 없다"…11월 소비자물가 3.7% 상승, 10년 만에 최고

입력 2021-12-02 17:16
수정 2021-12-03 00:58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국제 유가 상승과 농작물 재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외식물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2개월 연속 3%대 상승을 기록했다. 정부는 분야별 물가 부처 책임제를 도입해 품목별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고물가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식료품·공산품 등 일제히 급등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1(2015년=100)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2011년 12월 4.2%를 기록한 이후 9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분기부터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4월 2.3%, 5월 2.6%, 6월 2.4%, 7월 2.6%, 8월 2.6%, 9월 2.5% 등으로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다가 10월 3.2%로 뛰어올랐고 11월에는 오름폭이 더 커졌다. 3%대 물가상승률이 2개월간 이어진 것은 2012년 1~2월 후 처음이다.

품목별로 보면 식료품, 공업제품, 서비스, 전기·수도·가스 등 전 분야의 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7.6% 올랐다. 오이(99.0%) 상추(72.0%) 등 한파 피해를 본 농산물과 공급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달걀(32.7%) 돼지고기(14.0%) 등 축산물 가격이 크게 뛰었다. 이른 한파로 김장철이 다소 앞당겨진 점도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됐다.

공업제품 물가는 휘발유(33.4%)와 경유(39.7%) 등 석유류 가격 상승 영향으로 5.5% 뛰었다. 2011년 11월 6.4% 후 최대폭으로 올랐다. 우유값 상승 등 여파로 빵(6.1%)을 비롯한 가공식품 물가도 3.5% 뛰었다. 서비스는 주택과 외식 관련 물가를 중심으로 2.2% 상승했다. 전세는 2.7% 올라 2017년 10월(2.7%) 후 가장 상승폭이 컸고 월세는 1.0% 상승해 2014년 6월(1.0%) 후 처음으로 1%대를 기록했다.

생선회(9.6%) 등 외식이 3.9%, 보험서비스료(9.6%) 등 외식 이외 서비스는 2.3%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3.0% 올라 2012년 1월(3.1%) 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전기·수도·가스 물가는 전기료 인상 등의 영향으로 1.1% 가격이 올랐다.

정부는 지난달 물가가 크게 오른 이유로 국제 유가 상승, 한파·병해 등에 의한 채소류 강세, 재료비 반영에 따른 외식·가공식품 가격 인상 등을 꼽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0월 유가 급등세가 11월 중순까지 영향을 미쳤고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유류세 인하는 11월 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식물가가 높아진 것과 관련해선 원재료비 상승과 함께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외식 증가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물가 불안 상당기간 계속될 듯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물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홍 부총리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신속히 반영되도록 자영주유소 가격 인하를 독려하고 농축수산물 할인쿠폰도 확대하겠다”며 “생활물가가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되도록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중심의 물가관리 시스템도 가동하기로 했다. 분야별 물가 부처 책임제를 도입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물가상황실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은 고물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 유가나 곡물·원자재 가격 추이를 볼 때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개인서비스도 방역체계 전환, 소비심리 회복으로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12월 물가도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은 변수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전개 양상에 따라 경기와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소비 부진 영향으로 물가가 전반적으로 낮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진규/김소현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