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김포공항을 주거단지로 바꾸는 것을 공약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성남 서울공항과 수원 군비행장까지 함께 주거용지 후보에 올려놓고 공식화 여부를 재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수없이 제기된 ‘공급확대’ 요구를 외면했던 여당이 뒤늦게 허둥지둥 발동이 걸린 걸 보면 선거민심이 무섭긴 한 모양이다.
이번 대선에서 집값 문제가 큰 쟁점인 만큼 적절한 공급방안이 나온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아무리 공급이 중요해도 정책에는 경중 선후 완급이 있는 법이다. 민주당은 김포공항을 전용하고 대안으로 인천공항과의 통합안을 내놓을 분위기지만 터무니없다. 대한민국 관문인 인천공항은 2024년 4단계 확장사업이 끝나도 이용객 증가에 맞추기가 빠듯하다는 게 정부와 공항공사 전망이다. 국제공항인 김포공항도 2030년 이용객이 3800만 명으로 예상된다. 이 수요를 인천으로 모두 돌려 초특급 국가인프라를 북적대는 반쪽짜리로 전락시킬 셈인가.
서울공항도 한국 대통령뿐 아니라 외국 귀빈이 오가고, 많은 특별기가 드나드는 군 겸용 다목적 공항이다. 역시 ‘국제사회 속 한국’을 떠받치는 초특급 인프라다. 아무리 주택공급이 절실해도 국가안보보다 앞설 수는 없다. 수원비행장 자리가 서울 주택수요에 부응할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여당이 정부와 함께 수립한 3기 신도시는 아직 첫 삽조차 뜨지 않았다. 3기 신도시라며 17만6000가구 건설계획을 발표한 게 2019년 5월이다. 하지만 고양 창릉·부천 대장의 ‘지구계획 승인’이란 행정절차는 그제서야 겨우 마쳤다. 2년 반 동안 뭘 했나. 그 사이 수도권 집값은 또 얼마나 폭등했나. 핵심 수요지역의 공급안이라고 발표했던 과천 정부청사부지와 태릉 군골프장 활용 계획도 다 무위가 돼 간다.
거창하게 내놓은 공급계획 중에는 이유도 분명치 않은 채 지지부진한 게 많다. 속수무책으로 ‘지자체 님비(NIMBY)’에 막힌 것도 있다. 그러면서 국가 관문공항 기능을 훼손하고 핵심 안보시설을 뒤엎을 셈인가. ‘샤워실의 바보’가 따로 없다. 주택공급도 중요하지만, 국정의 전부가 될 순 없다. 이미 내놓은 공급방안을 제대로 추진해 속도를 내는 게 먼저다. 그래도 모자라면 실현가능한 보완책을 강구할 일이다. 뒤늦게 발동 걸린 ‘주택공급 포퓰리즘’이 또 하나의 희망고문이 될까 겁부터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