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더 많은 방이 있는 주택을 선호하는 등 개인의 공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역세권 집중 현상이 강화되고, 공간 수요의 주력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공간 활용도가 다양해질 전망이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이 1일 더리서치그룹과 공동으로 진행한 ‘미래주택 소비자인식조사’ 등을 종합 분석해 이 같은 내용의 ‘2022~2023 공간 7대 트렌드’를 발표했다. 피데스개발은 2009년부터 1~2년에 한 번꼴로 공간 트렌드를 조사해 공개하고 있다.
첫 번째 트렌드로 자신의 자아를 담은 공간을 의미하는 ‘페르소나 원픽’을 꼽았다. 페르소나는 ‘가면’ ‘자아’ 등을 뜻하는 라틴어다.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복귀할 수 없는 일상에서 자신의 명품과 재력을 과시(플렉스)하는 경향이 강하고 자기 생각을 반영한 공간을 찾게 된다는 의미다.
워케이션(일과 휴가 병행)이 일상화하면서 택배 수령지가 주소가 되는 ‘멀티 어드레스’를 두 번째 트렌드로 정했다. ‘한 달 살아보기’ ‘시골집 구매해 리모델링하기’ ‘모바일 홈’ 등의 영향으로 근무 장소에 대한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일하고 거주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주거 기준인 역세권의 중요성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 전역이 지하철역으로 촘촘히 연결되고, KTX뿐 아니라 GTX(수도권과역급행철도) 등이 들어서면 역세권을 중심으로 복합개발이 이뤄져 지역 거점 기능이 더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분화와 더불어 기존 세대와의 소통 확대를 의미하는 ‘세대빅뱅 현상’도 공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MZ세대가 가는 곳이 핫플레이스로 자리잡고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소통을 위한 공간이 부각될 수 있다.
더 큰 공간을 선호하는 ‘벌크업 사이징’도 새 트렌드로 꼽았다. 높은 층고로 개방감이 높은 공간이 인기를 끌거나 도심 외곽의 넓은 창고가 대형 커피숍, 베이커리 등으로 탈바꿈하는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 더 많은 방을 원하고 방의 용도가 다양화하는 ‘룸앤룸 룸인룸’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용도로 쓸 수 있는 알파룸과 멀티룸이 중요해지고, 방 안에 휴대용 홈오피스 캡슐이 들어서고 반려동물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앞으로 현실이 가상이 되고 가상이 현실에 반영될 수 있다. 피데스개발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을 ‘현가실상(現假實想) 작용’이라고 이름 붙였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가 늘면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공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