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 없던 일로…시장 혼란만 준 정부

입력 2021-12-01 15:19
수정 2021-12-01 15:26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發) 투기 사태 대책으로 내놓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안이 국회에서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은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가 내년 1월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받아들여 온 만큼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인 양경숙 의원 대표발의 소득세법 개정안은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며 “소수의 투기꾼을 잡자고 다수의 토지 보유자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내년 1월부터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세율 중과를 기존 10%에서 20%로 상향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월2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반영해 민주당 의원 명의로 청부 발의한 법이다. 비사업용토지란 임야,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 잡종지 등을 의미한다.

그동안 부동산 업계는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내년 1월 예정대로 시행될 것을 가정하고 토지 보유자에게 처분을 권고하는 등 세금 폭탄에 대비해왔다. 정부가 지난 3월 강력한 부동산 투기 대책을 발표하며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율 중과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세무사들도 지난달까지만 해도 법 통과를 가정해 비사업용 토지 처분을 권고한 사람이 많았다”며 “토지를 급하게 처분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본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보유했던 비사업용토지를 처분한 A씨는 당초 예상됐던 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손해를 보며 급매로 땅을 팔았다. A씨는 2005년 4억원에 구입한 비사업용토지를 계속 보유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장기보유특별공제가 폐지한다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올해 중 땅을 처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A씨가 땅을 5억원에 처분해 1억원의 양도차익을 거둔다고 가정하면 현재는 15년 초과 장기보유 공제 30%(3000만원)에 연 1회 기본공제 250만원 등 3250만원이 공제돼 과세표준이 6750만원이 된다. 이에 따라 34%(4600만~8800만원 구간)의 세율이 적용되며 지방소득세(양도소득세의 10%)까지 합한 총 납부 세금은 1950만원 수준이다.

반면 법 개정 후 똑같이 1억원의 양도차익을 가정하면 장기보유 특별공제 30%가 사라져 과세표준이 9750만원으로 훌쩍 뛴다. 세율 적용 구간도 높아진 데다가 세율이 10%포인트 중과되며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은 55%(8800만원~1억5000만원)가 된다. 총 산출 세액은 4260만원으로 불어난다. 법 개정 전후 2309만원의 세금 차이가 생기므로 팔려는 금액보다 2000만원을 낮추더라도 올해 토지를 처분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A씨는 기대 수익보다 손해를 보며 땅만 처분하게 됐다.

정부가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대책부터 급하게 내놓으면서 시장에 혼란만 야기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투기를 방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에 혼란만 안겨준 셈”이라며 “이렇게 된다면 누가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국회 기재위 관계자 역시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부터 국회에서는 공직자·공공기관 임직원의 부동산 부패 방지 목적과 양도세 중과가 직접적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정부가 사태 해결에 급급해 급조된 대책을 내놓아 정부 정책 신뢰도만 훼손했다”고 꼬집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