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스윙보터(부동층)'로 떠오른 2030 세대를 겨냥해 경쟁적으로 '청년 인재'를 영입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일 20세 대학생인 김윤기 씨 등 4명을 '1차 국가인재'로 영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선대위 국가인재위원회 총괄단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명망가 중심의 인재 영입보다는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고민해온 젊은 혁신가들을 발굴하고자 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는데요.
아주대 2학년생인 김 씨는 고교 시절 시각장애인을 위한 길 안내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개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학에서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소프트웨어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김윤이 씨(38)는 하버드 케네디 정책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 출신에 N잡·소액투자 플랫폼 추천서비스 등 다수의 혁신 기업을 창업했습니다.
뇌과학자 송민령 씨(37)는 카이스트에서 바이오 및 뇌공학을 전공한 과학자로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 등 다양한 책을 집필했습니다. 서울대 산업공학 박사인 최예림 씨(35)는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연구자입니다. 최 씨는 현재 서울여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로도 재직 중입니다.
이들은 "청년들의 쓴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밝혔지만, 뒷맛이 개운하지는 않습니다. 대다수 청년들의 삶과는 동떨어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나같이 한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뤘고 노력은 높이 평가받을 만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영입이 오히려 '고스펙'과 '빠른 성공'을 요구받는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방증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국민의힘도 별다르지 않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대위의 공동선대위원장에 오른 1991년생 스트류커바 디나 씨는 국제무역 컨설팅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할린 강제이주 동포의 손녀이자, 워킹맘인 그는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 한국경제학 학사,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한국정치경제학 석사를 졸업했습니다.
정치권이 2030 세대의 고민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리를 나눠주는 방식이 청년들에게 진정성 있게 느껴질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청년들의 박탈감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5세인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1급인 비서관에 발탁했다가 청년들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정치권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청년을 그저 '액세서리'로 소비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