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별로 유급 노조전임자 수를 얼마나 둘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조정을 위한 논의가 '닻'을 올렸다. 2013년 이후 무려 8년 만이다. 하지만 해당 논의 자체가 한도 확대를 요구하는 노동계의 요청으로 시작된 만큼 현행 한도 축소보다는 유급 노조전임자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30일 산하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에 근로시간면제 한도 심의를 요청했다. 경사노위 위원장이 심의를 요청하면 개정 노조법에 따라 근면위는 60일 이내에 심의, 의결을 마쳐야 한다. 이에 따라 근면위는 내년 2월 3일까지 현행 근로시간면제 한도의 적정성 여부를 심의해 의결하기로 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60일이 되는 날은 내년 1월29일이지만 토요일과 설 연휴를 감안해 2월 3일까지로 정했다는 게 경사노위 설명이다.
근면위는 그동안 근로시간면제 제도 도입 배경과 1·2기 근면위 논의 결과, 해외 사례, 현장 사례 등 심의를 위한 기초자료를 공유했다. 또 설문조사와 함께 질적 분석을 위한 사업장 심층면접을 병행 추진하는 등 현장 실태조사를 해오고 있다.
문 위원장은 "발족 이후 지금까지 노사가 원활한 협력을 통해 근면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심의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실태조사가 조속히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며, 노사의 쟁점에 대해서도 논의한 바 있어 오늘 요청을 계기로 심의가 보다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0년 도입된 타임오프제도는 노조 전임자의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조합원 규모에 따라 한도가 정해져있다. 2013년 정해진 현행 기준은 조합원 수에 따라 연간 2000(근로자 99명 사업장)~3만6000시간(1만5000명 이상 사업장)까지 허용하고 있다. 연간 2000시간은 주40시간 풀타임 근로자 1명에 해당한다.
노동계의 요구로 시작된 이번 논의의 쟁점은 타임오프 한도가 얼마나 늘리느냐다. 노동계 대표로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총연맹 등 상급단체에 파견된 근로자는 타임오프 한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정부와 경사노위가 이미 방향을 잡아놓고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영계 관계자는 "타임오프 한도 확대해야 할지, 축소해야 할지를 판단하기 위한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경사노위가 심의를 요청했다"며 "특정 방향으로 논의를 유도하는 게 아니라면 최종 실태조사 결과를 놓고 심의에 착수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사용자위원들은 "기업들이 주52시간제 시행, 노조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부담과 어려움에 몰린 상황"이라며 "실태조사가 마무리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경사노위 위원장의 심의 요청은 재고가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사가 타임오프 한도 재조정을 놓고 본격 힘겨루기를 시작했지만 결국 캐스팅보트는 공익위원들이 쥘 전망이다. 노·사·공익 각 5명으로 구성된 근면위를 두고 '최저임금위원회 시즌2'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일각에서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익위원들이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결 시점이 대선 한달여 전인데다 현 정부의 권력이 이양되는 시기에 노동계든 경영계든 어느 한쪽으로 동력을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