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이미 늦었다"…전세계에 벌써 다 퍼졌나

입력 2021-11-30 16:28
수정 2021-11-30 16:34

코로나19의 오미크론 변이가 주요 국가들이 국경을 통제한 시점 이전에 이미 여러 대륙으로 광범위하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국 등 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하지 않은 감염자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남아프리카 여행 제한 등 국경 폐쇄 결정에 대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여행 제한 조치를 발표한 국가는 최소 70개국에 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오미크론 변이의 존재를 파악해 세계보건기구(WHO)에 심각성을 보고한 지 몇 시간 만인 25일부터 남아프리카발 입국자를 금지하는 조치가 나왔다.

코로나19 발발 초기나 올여름 델타 변이 발견에 비하면 '조기 발견'인 편이지만, 첫 출현 후 WHO 보고까지 약 2주간의 공백이 발생했다. 남아공 과학자들은 첫 표본을 채취한 것은 이달 9일이고, 남아공 보건당국이 WHO에 보고한 것은 24일이다.

WHO는 26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새 변이를 '우려변이'로 지정, 오미크론이라는 이름을 붙인 후 남아공을 비롯한 남아프리카 지역 국가에 대해 입국 금지를 발표했다.

남아공의 일일 확진자수는 24일 이후 1000명을 넘기고 있다. 이달 초 200명 안팎과 비교하면 5배 이상 급등한 수치다. 이는 남아공의 하우텡 지역에서 감염자가 늘어났기 때문인데, 남아공 보건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잠복기를 고려하면 아프리카는 물론 여러 대륙으로 감염자가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8일 캐나다에서 오미크론 감염 판정을 받은 2명은 최근 나이지리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포르투갈에서는 프로축구단 선수와 직원 등 13명도 오미크론 변이에 집단 감염됐다. 이 중 최근 남아공에 다녀온 사람은 선수 1명이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도 이날 6명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이 중 일부는 남아프리카를 여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콜 이렛 미 워싱턴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여행 금지령을 내릴 정도로 충분한 정보를 가질 때쯤이면, 이미 늦었을 때"라며 "오미크론은 이미 다른 대륙에서 발견되고 있고 여행금지는 이론적으로는 시간을 벌 수 있겠지만, 며칠에서 몇 주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