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면 쓸데없는 데 힘쓴다고 욕먹던 시절이었으니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죠.”
국산 피트니스 장비 제조업체 개선스포츠의 장보영 대표(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1980년 출범한 개선스포츠는 유도 선수 출신인 장 대표가 “동양인 체형에 맞는 운동기구를 만들겠다”며 차린 국내 최장수 피트니스 기구 생산업체다. 41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는 대형 피트니스 체인에 납품하는 등 국내 피트니스 장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20여 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며 ‘K피트니스’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개선스포츠는 이 같은 활약 속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공동 주최·주관하는 ‘2021 올해의 우수 스포츠기업’(강소기업 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개선스포츠는 기구의 개발과 설계, 용접, 도장, 조립, 납품, 설치, 유통까지 모든 단계를 직접 한다. 피트니스 시장이 자리잡은 지금은 신기한 일이 아니지만, 그가 회사를 차린 1980년에는 ‘피트니스’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그는 “시장 자체가 형성되기 전에 장비를 제조해보겠다고 공장을 차려놨으니 잘되기가 힘들었다”며 “주위 상인들이 철공소인 줄 알고 납땜을 해달라고 자전거를 가져왔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개선스포츠는 이후에도 많은 풍파를 이겨내며 성장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면서 피트니스 열풍이 불었고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후 해외 브랜드의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도태되기도 했다. 피트니스센터가 우후죽순 생겨났으나 사람들은 성능이 훨씬 좋은 외국산 장비를 선호했다. 장 대표는 “독보적 기술 확보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기술 개발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개선스포츠는 1994년 국내 최초의 가스식 완충장치를 만들었다. 경기 파주 생산 공장에 석·박사급 20여 명의 연구진이 있는 기술연구소를 따로 두고 있다.
장 대표는 “피트니스 기구 시장의 미래 키워드는 ‘소프트웨어와의 융합’”이라고 했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원격으로 피트니스 레슨을 해주는 ‘펠로톤’처럼 기구에 콘텐츠를 녹이는 식이다. 개선스포츠도 세계 트렌드에 발맞춰 가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러닝머신 화면에 띄울 수 있는 ‘스크린 미러링’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장 대표는 “프로그램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피트니스 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