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는 대선을 100일 앞둔 29일 “지금 이 순간부터 저의 목표는 오직 경제 대통령, 민생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출마선언문에서 ‘억강부약(抑强扶弱)’, ‘대동세상’ 등을 강조했던 이 후보가 민생과 경제로 선거운동의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남은 기간 중도로의 확장에 나서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李 “나라 경제 성장에 집중”이 후보는 이날 광주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 국민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지갑을 채우고, 나라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 후보는 “그 어떤 것도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오직 국민, 오직 민생을 위해 잘못된 정책은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7월 출마선언문에서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을 시행하겠다”며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을 향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저성장으로 고통받는 것은 불공정과 불평등 때문”이라며 “누군가의 부당이익은 누군가의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국민을 ‘편가르기’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날 이 후보는 원고지 10장짜리 연설문에서 민생과 경제를 열 번과 다섯 번씩 거론했다. 약자, 불공정, 불평등같이 이 후보의 출마선언문을 관통했던 단어는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친기업 발언도 내놔이 후보는 오히려 친기업·친시장적인 발언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는 “전환적 공정성장으로 기회총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며 “세계 시장에서 무한경쟁하고 있는 기업을 힘껏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불합리한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 혁신과 창의를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중소기업 관계 역시 “중소기업·대기업의 상생과 협력,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겠다”며 ‘불공정’ ‘불평등’이란 단어는 피했다. 이 후보는 “필요하면 과감하게 양보하고 타협하겠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양보한 것처럼, 열을 얻고자 허송세월하기보다는 세 개, 네 개를 양보해서라도 당장의 국민 삶을 보살피겠다”고 했다.
이 후보의 이런 변화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차별화를 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에서는 성남시장, 경기지사를 거친 이 후보가 후보 개인의 경쟁력으로는 윤 후보에게 앞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검찰총장 이력이 전부인 윤 후보에 비해 경제를 강조하면서 이 후보의 강점을 부각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 후보가 “다음 정부 임기 5년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대전환의 위기 속에서 선진국으로 완전하게 진입하느냐 아니면 다시 후발 국가로 뒤처지느냐가 결정되는 분기점”이라며 “누가 이 위기를 뚫고 대한민국을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지 판단해 달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후보는 “누가 경제를 살릴 적임자인지, 누가 민생에서 실력을 입증해왔는지, 그래서 과연 누가 국민의 삶을 바꿔낼 수 있는지 판단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계자 및 피해자 가족과 점심 식사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가부채가 늘어난다고 비난하지 말고 윤 후보께서 내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5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내년 말고 지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윤 후보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전두환 추징금 상속법 추진”이 후보는 의회 정치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발언도 내놨다. 이 후보는 “여전히 남아 있는 기득권을 혁파하고 정치개혁, 정당개혁을 완수해 나가겠다”며 “무책임한 폭로와 막말하는, 책임지지 않는 국회를 바꾸겠다”고 했다. 이어 “민생은 벼랑 끝인데 국회의 시계는 너무 느리고 더디기만 하다”며 “협상하고 타협하되 신속하고 책임감 있게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잔여 추징금을 유가족에게 추징하도록 하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금 상속법’이 ‘소급 입법 금지’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후보는 “군사반란 처벌법도 형사법상 소급금지 원칙에 반해 소급해 처벌하는 것으로, 헌법재판소도 합헌이라고 했다”며 “(추징금 상속 문제도) 국민이 동의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