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가임기 여성(만 15~49세) 인구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감소에 가임기 여성 인구 급감이 겹치며 저출산 문제 해법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임기 여성 인구는 1142만2000명으로 2015년 1233만8000명에서 91만6000명(7.4%) 감소했다. 전체 여성 인구는 1.1% 증가했지만 고령화로 60세 이상 여성이 136만5000명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가임기 여성 중에는 30~34세(-30만3000명)와 40~44세(-22만5000명)에서 감소폭이 컸다. 저출산이 본격화하기 이전임에도 해당 연령 인구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아선호 현상에 따른 여아 중절 수술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만 30세였던 여성이 태어난 1990년 남녀 출산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출산)는 116.5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초음파를 통한 태아 성별 감별이 보편화한 1986년부터 110을 넘긴 남녀 출산성비는 1997년에 이르러서야 110 밑으로 떨어졌다. 자연 상태에서 남녀 출산성비는 105다.
미래 신생아 수는 가임기 여성 인구에 예상되는 출산율을 곱해 계산한다. 가임기 여성이 줄어들면 현재 출산율을 유지하더라도 신생아 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우해봉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영향평가센터장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신생아 수는 1960년대 6명에서 꾸준히 감소했지만, 가임기 여성 인구가 늘어나며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었다”며 “가임기 여성 인구는 20년 전에 결정된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으로 되돌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도 짙어지고 있다. 아이가 없다고 답한 가임 여성은 전체의 14.5%로 5년 전(11.2%)보다 늘었다. 이 중 52.9%는 앞으로도 자녀를 가질 계획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기혼여성(15세 이상)의 평균 출생아 수는 2.07명으로 2015년 대비 0.12명 줄었다. 자녀를 갖지 않는 비중도 6.6%에서 8.4%로 높아졌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