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과감히 뺐더니"…KAIST 학생들 '자율주행 챌린지' 1위

입력 2021-11-29 17:19
수정 2021-11-29 17:20

카이스트(KAIST) 자율주행 개발팀 'KI 로보틱스'가 29일 서울 상암동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 일원에서 열린 '2021 현대차 자율주행 챌린지' 본선에서 총 17개월 여정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자율주행 챌린지는 현대차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대학생 대상 경진대회다. 올해 대회에는 총 23개 대학이 참여했으며 이중 카이스트, 성균관대, 인천대, 충북대, 인하대, 계명대 6개 대학이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랐다.

본선은 참여 대학의 6개 자율주행 차량이 교통이 통제된 시범운행지구 내 총 4km 구간을 1~2차에 걸쳐 동시 주행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차량에는 비상 상황을 대비해 운전자와 평가자가 함께 탑승했다.

최종 점수는 1~2차 시기를 모두 주행한 후 이중 빠른 랩타임(구간기록) 기록에 페널티(30초~3분30초)를 더해 산출됐다. 패널티는 정지선·신호 위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속도(40km/h) 위반, 차선 이탈 시 부과됐다.


카이스트는 1차 시기에서 인천대와 접전을 펼친 끝에 11분27초로 피니쉬 라인을 1등으로 통과했다. 2차 시기는 신호 등 교통 상황으로 인해 16분대에 들어왔으나 최종적으로 11분27초의 기록으로 6개 대학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카이스트는 페널티를 받지 않아 감점되지 않았다.

카이스트는 "속도보다는 차량의 인지 판단 위주로 알고리즘을 설계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본선에 오른 6개 대학 중 유일하게 GPS(위치측정 시스템)를 차량에서 뺐다. 데이터 송신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GPS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조치였다는 게 카이스트 측의 설명이다.

또 GPS 오류로 차량이 자기 위치를 놓치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대신 라이다 센서 3개와 차량 앞뒤에 카메라를 각각 한 개씩 탑재하고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정밀 맵을 구축했다.

이 때문에 고속 주행에 한계가 생기기도 했지만 교차로 통과, 신호등·차선·제한속도·스쿨존 등 실제 도심 교통법규를 준수하면서 앞차를 추월하는 등 장애물을 회피해야 하는 상황을 대응하는 데는 타 대학보다 유리했다. 이 전략은 실제 1~2차 시기 통틀어 카이스트가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로 작용했다.

이대규 카이스트 KI-로보틱스 팀장은 "예선전 4위로 출발 위치가 당초 예상보다 뒤에 배정되는 변수에도 앞차를 추월해 결국 랩타임 기록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챌린지는 국내 대학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돕고 우수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2010년부터 열고 있다. 올해는 전기차 기반으로 실제 도심 교통환경에서의 자율주행 기술 연구 활성화를 위해 현대차그룹과 서울시가 공동 개최했다.

현대차그룹은 참가팀에 기술·차량 제작을 지원했으며 서울시는 통신·도로·교통신호 등 안정적인 대회 환경을 구축하는 형태로 상호 협력했다.

지난 대회까지 내연기관차를 활용한 것과 달리 이번 대회에선 기아 전기차 니로가 자율주행차 제작의 기반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지원과 함께 하드웨어 기술을 지원, 학생들이 차량 개조에 대한 부담을 줄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대규 팀장은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벅찬 순간이다. 팀원들과 (17개월 동안) 달려온 시간이 생각나 눈물 날 것 같다"며 "대회 준비하면서 짜증도 많이 냈는데 (팀원들에게) 미안하다. 무엇보다 이렇게 연구할 수 있게 지원해주신 교수님께 감사 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현아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