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대출도 막힌다는데 어쩌나"…다급해진 무주택자들

입력 2021-11-29 09:46
수정 2021-11-29 10:23

부동산 시장에 대출규제와 공급절벽이 동시에 예고되면서 신규 분양 아파트로 수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내 내 집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1순위 청약을 마감한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 'GTX 운정역 금강펜테리움'은 334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2만6611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돼 평균 79.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비규제 지역이고 내년 7월 입주가 예정된 '후분양 아파트'이기에 가점이 낮지만 빠른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그 외에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아파트들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비규제 지역인 여주시에 공급되는 ‘여주역 센트레빌 트리니체’는 1순위 평균 경쟁률이 24.68대 1에 달했다. 안산시 ‘안산 한신더휴’도 1순위 평균 경쟁률이 10.15대 1을 기록했고 인천시 연수구 ‘송도자이 더 스타’의 1순위 평균 경쟁률도 20.68대 1로 나타났다.

연말 분양에 나선 아파트들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이유는 내년 시행이 예고된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규제에서 찾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차주 단위 DSR 규제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차주 단위 DSR은 대출에 대한 총 연간 상환액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내년 잔금대출 우려에…수도권 외곽도 경쟁 치열
현재는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과 연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해 'DSR 40% 이내'라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내년 1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DSR 규제가 적용된다.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 초과로 기준이 엄격해진다. 이 규제에는 잔금 대출도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대출 한도가 큰 폭으로 줄기에 내년 주택을 구입할 때 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내년부터 전세가가 급등해 매매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2018~2019년 문재인 정부의 공급 규제 정책 여파로 입주 절벽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통상 아파트는 건설 인·허가를 받고 입주까지 3~4년이 걸린다. 2016~2017년 서울에서는 아파트 10만210가구가 인·허가를 받았지만, 2018~2019년엔 6만9068가구로 줄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부활시키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며 공급 규제에 나선 바 있다.

부동산 정보회사 부동산R114는 내년과 2023년 입주하는 서울 아파트를 각각 2만520가구, 2만2185가구로 집계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4만8240가구의 정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회사 부동산 지인도 같은 기간 입주 물량을 2만4101가구, 2만5767가구로 추산했다. 이와 관련해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공급 축소로 인해 올해와 내년 스트레스 구간이 발생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입주 절벽·임대차법에 꿈틀대는 전세가…매매에도 영향 우려
이에 더해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아 계약갱신청구권이 소멸된 전·월세 물건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5% 제한에 구애받지 않고 전셋값을 시세에 맞춰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되기에 전문가들은 내년 전세값이 폭등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입주 절벽에 임대차법 여파로 전셋값이 높아지면 매매시장까지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대출규제가 예고되고 전세난 우려까지 높아지자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관심은 신규 분양 단지에 쏠렸다. 올해 안에 입주자모집공고가 이뤄지면 강화된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올해 12월 입주자모집공고가 됐다면 DSR 기준이 총 1억원 초과로 강화된 이후에도 중도금과 잔금 대출은 종전과 같이 모두 받을 수 있다.

건설 업계도 대출 규제를 피해 막차를 타려는 수요자들을 위해 연말 분양에 힘을 쏟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1~12월 분양했거나 분양을 앞둔 아파트는 총 8만7682가구다. 지난해 같은 기간 8만142가구에 비해 9.4% 늘어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내년부터는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기에 전세난까지 예상되자 매매시장이 추가로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며 "이에 올해 막차 분양에 수요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통상 연말은 분양 시장이 침체되는 기간이지만, 올해는 시장이 뜨겁게 달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