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장 "100% 국산 농협김치로 종주국 위상 세울 것"

입력 2021-11-28 17:53
수정 2021-11-29 02:20

“중국에서 김치를 만들 때 배추를 절이는 모습과 고춧가루 제조 영상을 보고 충격받았습니다. 우리 국민이 값이 싸다고 중국산 김치를 먹게 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사진)은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지난 24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다음달 중 지역 농협에 있는 8개 김치 가공공장을 통합해 새로운 농협김치를 내놓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농협은 그동안 12개 지역 농협에서 김치를 생산했다. 공장마다 배추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등을 만들었다. 1조4000억원 규모의 국내 김치 시장에서 농협 매출은 1275억원에 불과했다. 점유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회장은 “김치 종주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재료에 강점이 있는 농협이 김치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봤다”며 “100% 국산 농산물만 사용하는 김치를 본격적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농협의 8개 김치 공장은 특화 생산에 나선다. 공장별로 배추김치, 묵은지, 갓김치 등으로 전문화한다. 모두 단일 브랜드를 쓰기로 했다. 이 회장은 “새 농협김치가 가격은 다소 비싸겠지만 100% 국산 재료를 쓰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CJ, 대상 등 국내 기업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는 것이 이 회장의 구상이다.

농협은 다음달 새 김치를 내놓으면서 식당에 인증마크를 부착하는 사업도 함께 벌일 계획이다. 이 회장은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김치를 공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농산물 유통 혁신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월 농협중앙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비대면 유통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취임 2주년을 앞둔 현재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기준 104곳의 하나로마트에서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수도권에선 싱싱배송, 새벽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도 시범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다만 “기대에 비해 혁신 속도가 늦지만 하루아침에 이루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지금 기반을 다져놓으면 수년 내 큰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유통 혁신을 위해 농협은 국내 주요 유통·식품기업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편의점 CU와 함께 국산 농산물을 사용한 도시락을 판매하고, 파리바게뜨에는 국산 양파 등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마켓컬리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에 농산물 배송을 원활히 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주요 기업들과의 협력으로 농산물 판매량이 확대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젊은이들을 농업·농촌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스마트 농업’ 모델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했다. 농촌진흥청과 함께 30여 개 기술개발(R&D)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과학적 영농 정보를 담은 온라인 포털 ‘NH오늘농사’도 29일 출범할 계획이다.

이 회장이 1호 공약으로 내건 농협 회장 직선제 도입은 올초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그는 “1118개 농·축협이 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등 뜻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탄소 중립 대응을 위해 이 회장은 “농협 주유소의 신규 출점을 자제하고 전기차 충전소 형태로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석 연료 사용 감소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수출 제한으로 발생한 요소 품귀 현상과 관련해서는 연말까지 필요한 3500t의 요소 비료를 확보해 매일 필요량을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다만 “요소 비료 가격이 내년에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어 정부에 최대한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사진=김영우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