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3박4일 호남행…"전두환 후예들이 권력 탐해"

입력 2021-11-26 17:34
수정 2021-11-27 00:51
3박4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과 군부정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옛 민정당계에 대한 호남인들의 반감을 적극 공략해 자신을 향한 전략 투표를 유도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26일 목포 동부시장을 시작으로 3박4일간 광주·전남 순회에 나섰다. 앞서 대전·충남·충북, 부산·울산·경남 방문이 2박3일이었던 것과 달리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전남에서는 일정을 늘려 잡았다. 이날 목포·신안·해남을 방문한 이 후보는 27일 장흥·강진·광양·순천·여수, 28일 광주·나주, 29일 영광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이날 일정 중 여러 차례 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목포 동부시장에서는 “어제(지난 25일) 5·18 민주화운동 시민군 중 한 분인 이광영 씨의 장례식에 참석했다”며 “국민이 맡긴 권한으로 국민을 살상하고 호의호식한 전두환 씨는 천수를 누리고 저세상으로 떠났는데 평생을 고통과 억울함 속에 살았던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끝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도 국민의힘을 겨냥해 “저에게 온갖 음해를 다 하면서 권력을 가져보겠다는 집단이 있다”며 “그 집단이 사실 전두환의 후예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수혈전에 미쳐 있는 세력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는 시대로 되돌아가려 한다”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후보가 호남 내 지지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자대결 구도로 펼쳐진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호남지역에서 70~90%대 득표율을 얻었던 것과 달리 이 후보는 이달 나온 각종 여론조사에서 60%대 지지율에 그치고 있다. 선대위 내에서 전략을 맡은 한 민주당 의원은 “대대로 호남 지역은 후보들의 면모를 살펴본 뒤 승리할 후보를 결정하면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내는 ‘전략투표’ 성향을 보여왔다”며 “아직 이 후보가 충분히 호남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 후보가 전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도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아픈 과거를 공유하는 호남인의 표심을 끌어내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호남의 희생과 헌신 덕에 이 나라 민주주의가 튼튼하게 뿌리내렸다”며 “앞으로도 호남은 이 역사가 뒤로 후퇴하지 않도록 책임져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역경선 당시 전남에서 이 후보에게 패배를 안겼던 이낙연 전 대표는 이번 일정에는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강훈식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참여를 묻는 질문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출연할지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이 전 대표가 29일 영광 일정에 합류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자 이 전 대표 측은 입장을 내고 “호남 방문 계획은 전혀 없으며, 실무선에서도 일절 논의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목포=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