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3세 경영' 기반 구축

입력 2021-11-26 17:33
수정 2021-11-27 01:12
신동원 농심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회장직에 전념한다. 회사 경영은 현 박준 부회장과 다음달 1일자로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이병학 생산부문장(전무)이 공동으로 맡는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부장은 임원으로 승진, 후계 수업에 속도를 낸다. 신 회장이 회장 취임 이후 첫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 구축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심은 26일 이 같은 내용의 연말 정기인사를 발표했다. 이 내정자는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 내정자는 충남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농심에 입사해 36년간 생산현장에서 근무한 ‘농심맨’이다. 농심 공장 자동화와 첨단 생산공정 도입을 이끌었다.

농심 관계자는 “공장 설비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생산 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내실을 탄탄하게 다지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회장 취임 후 5개월여 만에 첫 인사를 통해 핵심 요직에 측근들을 배치했다. 조용철 마케팅부문장(전무)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마켓부문장직을 맡겼다. 정성욱 면개발실장(상무)은 전무로 승진해 R&D(연구개발)부문장을 맡는다. 황청용 경영기획부문장(전무)은 경영기획과 경영지원을 총괄하는 경영관리부문장 자리에 올랐다.

3세 경영 승계 작업도 본격화했다. 장남인 신 부장을 구매담당 임원(상무)으로 승진시켰다. 1993년생인 신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9년 농심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그간 경영기획팀에서 기획과 예산 관련 업무를 맡았다. 앞으로 원자재 수급 등 핵심 업무를 맡으며 경영수업을 받는다.

농심이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만큼 신 상무가 신 회장에 이어 농심의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 상무는 고(故) 신춘호 회장으로부터 농심 주식 20만 주를 상속받아 농심 지분 3.29%를 보유하고 있다. 농심홀딩스 지분도 1.41%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회사 운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신 회장은 그룹 미래전략을 고민하는 큰 그림으로 재편한 가운데 3세 후계자를 전진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