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을 못추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하면서 들썩이고 있다. 최근 반도체 경기가 내년 상반기 내에 회복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반도체가 새로운 먹거리로 불리는 메타버스 생태계에 핵심 인프라로 부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22~2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54%, 3.58% 올라 각각 7만2300원, 11만5500원을 기록했다. 지난 22일 하루에만 각각 5.19%, 7.17% 올랐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세가 일부 둔화됐다. 다만 그동안 주춤하던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됐다는 소식은 시장에게 큰 의미를 안겨주고 있다.
최근 주가는 반도체 가격 바닥론과 함께 내년 상반기 업황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었다. 올해 상반기부터 공급망 문제로 불거진 반도체 부족 현상이 점차 해소되고 견조한 수요는 이어지면서 펀더멘털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또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반도체가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란 전망도 주가 반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메타버스 구현에 클라우드, 5G 에지컴퓨팅, 헤드셋(VR·XR) 등 고사양 그래픽과 고용량 반도체 탑재가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5년 내 10배 성장이 추정되는 메타버스용 헤드셋은 스마트폰과 유사한 메모리 탑재량이 필요해 2022년 애플의 시장 진입(XR 기기 출시)이 성장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려만 쏟아내던 외국계 증권사들도 반도체 업종에 대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일 미국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주가가 8% 가까이 급등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3912선을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외국계 증권사 모간스탠리도 최근 낸 보고서에서 "4분기 D램가격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며 입장을 바꿨다. 투자자문사 에버코어 ISI는 "D램 가격이 늦어도 내년 2분기에는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씨티그룹도 같은 날 "D램 가격 조정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살펴보면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8954억원과 3951억원어치 사들였다.
김 연구원은 "4분기가 반도체 업종의 비중확대 적기로 판단하며, 최선호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시한다"면서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고점대비 평균 30% 이상 하락했고, 10개월 간 조정기를 거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격하락, 공급과잉)를 이미 선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