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LG 인사를 주목하는 이유

입력 2021-11-25 17:42
수정 2021-11-26 00:40
올해 LG그룹의 인사 폭은 크지 않다. 지주사인 ㈜LG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구광모 회장을 오랫동안 보좌해온 권영수 부회장 자리를 권봉석 신임 부회장이 대체한 것 외엔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없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독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로는 실천이 어려운 인사 원칙들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오랜 측근들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취임 직후 주요 계열사의 사업을 챙겨온 권영수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보낸 게 시작이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구 회장이 LG그룹에 ‘문고리 권력’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그룹 대소사를 처리해 온 수뇌부를 교체하지 못하는 다른 그룹사들과 구분되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CEO 인사의 원칙은 ‘철저한 성과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1953년생인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1959년생인 김영섭 LG CNS 사장 등 이른바 ‘60대 CEO’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사로 증명한 것이다. 사장 60세, 부회장 65세 등의 보이지 않는 ‘연령 상한선’을 두는 다른 그룹사와 대비되는 행보다.

사업본부장급 인사에서도 같은 원칙을 읽을 수 있다. LG전자의 실적을 견인한 TV(HE), 가전(H&A) 사업본부장들도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CEO가 되려면 사업본부장을 거쳐야 한다”와 같은 관례도 깨뜨렸다. 권봉석 부회장의 뒤를 이어 LG전자를 이끌게 된 조주완 신임 사장은 사업본부장 경력이 아예 없다.

MZ(1980년대 이후)세대 직원들의 마음을 잡는 데도 소홀하지 않았다. 자신의 자리에서 역량을 발휘하면 승진이라는 보상이 돌아온다는 점을 인사를 통해 천명했다. 올해 LG그룹에서 신규 선임된 임원 중 62%가 40대다. 전체 임원 가운데 1970년대생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1%에서 올해 말 기준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경제계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LG부터 주요 조직에 젊은 팀장을 전진 배치했다”며 “이번 인사로 LG의 조직문화가 한층 더 젊어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