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지만 종합부동산세로 내야 할 돈이 반년 생활비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 2%만 내는 세금이라 괜찮다고요. 1%라도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게 공무원의 자세 아닙니까.”
주름진 얼굴, 부릅뜬 눈에는 핏발이 서렸다. 25일 서울 역삼세무서에서 만난 A씨(73)는 전날 종부세 고지서를 받고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종부세 때문에 30년 산 집을 팔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분납 신청이라도 알아보려 나왔다고 했다.
종부세 고지서가 도착하면서 서울 강남권 세무서에는 항의하는 납세자들의 발걸음이 이날부터 이어졌다. 기자가 둘러본 역삼, 삼성, 서초, 잠실 세무서에는 아침부터 종부세 관련 민원인의 방문이 늘면서 앉을 자리가 모자라 복도까지 간이 의자가 배치돼 있었다. 복도에서 만난 일부는 위헌소송에 어떻게 참여할지를 얘기하기도 했다.
만 70세 이상 고령자가 대다수인 민원인은 갖가지 어려움을 호소했다. 잠실세무서에서 만난 B씨(71)는 “남편이 일찍 앓아누워 노후 준비를 위해 10년 전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춰 주택 5채를 매입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관련 제도가 철폐되며 6000만원의 종부세를 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서초세무서에서 만난 C씨(66)는 부모님이 소유한 지방 주택을 상속받았다가 1000만원 넘는 종부세를 내게 된 사례다. “형제 네 명이 지분을 나눠 상속받은 집이 주택으로 간주되며 거주하던 집까지 합쳐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가 중과됐다”며 “다음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내년 6월 1일까지 고향 집 지분을 처분하겠지만 당장 1000만원을 어디서 구할지 답답하다”고 했다.
갑자기 늘어난 종부세에 대한 충격도 컸다. 강남권에 두 채의 주택을 소유해 지난해 2000만원 안팎의 종부세를 냈던 D씨는 올해 6000만원 이상을 부담하게 됐다. 그는 “올해 종부세율이 두 배로 올랐다고 해 4000만원 정도 더 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 배 넘게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종부세액에 20% 가산되는 농어촌특별세에 대한 문의도 많았다. 종부세 부담이 크지 않을 때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종부세 급증과 함께 농어촌특별세 고지액이 1000만원을 웃도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어서다. “종부세 대상이 아닌 시골 농가주택이 포함돼 농어촌특별세를 물게 된 것 아니냐”는 질문이 줄을 이었다.
종부세 민원인들은 대부분 종부세 자체보다 “98%는 종부세에 해당 안 된다”는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 차관의 발언에 더 큰 분노를 나타냈다. 전직 공무원인 E씨는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국민을 편 가르는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을 수 있는 나라가 됐다는 게 늘어난 종부세보다 가슴을 더 쓰리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