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이 사명을 바꾸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최근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과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도 사명에서 ‘화학’을 떼냈다. 탄소중립 비전에 맞게 ‘케미컬(화학)’, ‘오일(정유)’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용어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직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사명 공모를 했다. 별도 부서에서 사명 변경 업무를 따로 맡아 추진 중이며 후보군도 추린 상태다. 에쓰오일은 회사 내부에서 “미래지향적 콘셉트로 사명을 바꿔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오일’을 떼는 방안도 테이블 위에 올랐다. 다만 회사는 “공식적인 사명 변경 절차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은 웬만해서는 사명을 바꾸지 않는다. 이름에 회사 고유의 정체성이 담겨 있을 뿐더러 리스크도 커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해 새 출발을 하거나 기존 색깔을 완전히 지워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사명을 바꾸는 것은 흔치 않다.
업계에서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되고 탄소중립 비전이 강조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SK종합화학이 그린사업을 중심에 둔다는 뜻의 지오센트릭으로, 한화종합화학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다며 한화임팩트로 사명을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면서도 시장 반응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쉬운 작업은 아니다”면서도 “사명을 바꾸는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황정환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