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2위 건설기계 업체인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를 거느린 현대제뉴인이 조직 개편을 통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무인화·수소화 등 미래 기술 연구를 맡을 통합 연구개발(R&D)조직을 비롯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공략할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25일 건설기계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뉴인은 오는 26일 회사 출범 100일을 앞두고 조직개편 작업을 마무리했다. 사업전략실과 경영지원실 등 2개 실로 구성된 임시체제에서 벗어나 기술본부·중국사업본부·사업지원본부·통합구매부문으로 구성된 3본부 1부문 체제를 구축했다.
이번 조직 개편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8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끝내면서 그룹의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로 출범한 현대제뉴인의 첫 100일 간의 PMI(합병 후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는 차원이다. 지주사로서의 현대제뉴인과 두 사업 회사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인사를 마무리함으로써 향후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 사업 성장 계획을 보여준 셈이다.
조직개편의 핵심 키워드는 '통합'과 '전략'으로 요약된다. 현대제뉴인은 출범 초기 PMI 작업을 주도한 사업전략실을 기술본부로 기능과 역할을 강화했다. 기술본부는 건설기계 분야 미래·장기 연구와 계열사의 R&D계획을 조율하는 기획 역할을 맡는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의 R&D조직은 유지된다. 당장 필요한 기술 개발은 계열사가, 수소·전기 굴착기, 무인·자동화 기술 등 미래 기술은 지주사가 맡는 것이다. 기술본부는 중장기적으로 서로 다른 두 계열사의 부품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과제도 맡고 있다. 초대 본부장은 이동욱 현대두산인프라코어 기술원장(부사장)이 맡았다.
전세계 건설기계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 위한 중국사업본부도 신설했다. 중국사업본부는 중국 시장에 특화된 전략을 짜고 양사의 중국 사업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전체 매출의 약 40%를, 현대건설기계는 25~30%를 중국 시장에서 낸다. 본부장으로는 현대건설기계에서 중국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김상웅 부사장을 임명했다.
양사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빠르게 날 수 있는 구매 분야는 전무급이 맡는 부문으로 별도 운영한다. 현대제뉴인은 지난 100일간 양사가 통합 구매할 수 있는 품목 240여개를 추려냈다. 중장기 계획으로 추진 중인 굴착기·휠로더 공통 플랫폼 개발과 연계해 구매·물류 분야의 시너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100일에 걸친 PMI의 첫 단계가 마무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출범과 함께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을 총괄하는 권오갑 회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조영철 사장 등 중량급 인사를 현대제뉴인 공동 대표로 선임해 통합 작업에 무게감을 싣었다. 이후 10월 정기 인사레서 두산 출신인 손동연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을 건설기계 부문 부회장에 임명하고, 조 사장과 현대제뉴인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1기 리더쉽 구축을 마무리했다.
컨트롤타워 역할 외 현대제뉴인의 자체 수익 구조 마련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현대제뉴인은 공식 출범 전인 지난 5월 현대코어모션의 양산부품사업을 인수해 건설 중장비의 핵심 부품인 유압기능품 사업을 흡수했다. 현대건설기계 내 사업부로 건설기계 사업에 비해 관심도가 적어 성장이 더뎠던 지게차 등 산업차량사업도 인수해 자체 수익 사업도 확보할 계획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