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은 뒤 희소병 걸린 육군 일병 "다 포기하고 싶다"

입력 2021-11-25 12:54
수정 2021-11-25 12:58

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희소병인 자가면역성 뇌염에 걸린 20세 남성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25일 연합뉴스는 지난 6월 초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자가면역성 뇌염에 걸려 투병하던 중 이번 주 조기 전역이 최종 결정될 예정인 김성욱 일병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김 일병은 "지금 다 포기하고 싶고 그만 살고 싶다. 진짜 힘들다"며 "제대하더라도 직장에 취직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일을 못 하게 되면 병원비도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보상금 이런 거는 다 필요 없고 보훈대상자만 됐으면 좋겠다"면서 "군에서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더니 아무런 조치도 없이 전역시킨다. 믿음이 안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도 부모님이 울면서 건강하게 살자고 말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약한 모습 보여드리기 싫어 눈물을 참았다"며 "군대에 안 갔다면 아프지 않고 잘 살고 있을텐데 억울하다. 나도 걱정이지만 가족이 더 걱정"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일병은 지난 1월 입대한 뒤 강원도 육군 11사단에서 복무했다. 복무 중 지난 6월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으며 자가면역성 뇌염에 걸렸다.

백신 접종 당시 그의 건강 상태는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과 6월 국군수도병원에서 발목의 철심 제거 수술과 척추신경 차단술을 받아 몸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백신을 접종했다.

김 일병은 자가면역성 뇌염 진단을 받고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을 반복 중이다. 국군수도병원에서 나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통원치료를 하면서 몸 상태가 호전됐지만 이달에만 3차례 쓰러지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자가면역성 뇌염은 세균, 박테리아 등을 방어해야 하는 면역세포가 반대로 자기 몸의 뇌를 공격해 발생하는 극희귀 질환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치료 기간이 최소 2~3년에서 평생 지속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국군의무사령부 관계자는 "김 일병이 전역하더라도 규정에 따라 6개월 동안 현역처럼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보상심의와 국가보훈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보훈 대상 신청 등은 육군본부에서 심의해 결정한다"라고 밝혔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