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발목 잡으면 뚫고 가라"…李, 反기업 공약 입법 밀어붙이기

입력 2021-11-24 17:22
수정 2021-11-25 00:5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각 상임위원회의 여당 소속 위원장과 간사들을 불러놓고 “야당과 합의가 안 되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법안을 태우라”며 입법 속도전을 주문했다. “국민 앞에 반성하겠다”며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한 이 후보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국민의 어려움에 민감하게 책임지지 못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민주당 사무총장과 정책위원회 의장, 수석대변인 등 핵심 당직자들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일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추진력과 전체주의는 종이 한 장 차이”라며 이 후보를 비판했다. 이재명 “정기국회에서 법 신속 처리”이 후보는 이날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상임위 간사 등이 참석한 입법 간담회에서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국민이 명령하고 당원들이 지시하는 일들에 대해 민주당이 충분히 책임을 다했는지 국민께서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잘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곤 5초간 국민을 향해 사죄의 절을 올렸다.

그는 “압도적 다수 의석은 장애물이 생기면 넘으라고 국민이 준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등 제도를 활용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현안은 신속하게 책임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당이 반대하면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강행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이 후보는 주요 법안을 △여야 합의 처리 △상임위 표결 처리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 등으로 분류해 입법 목록을 만들자고 했다. 그는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 뚫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해 “당론으로 손해배상액 최저선을 정한 뒤 협상이 안 되면 처리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 지원과 관련한 가맹사업법에 대해선 “또 지연되면 그냥 신속 처리하는 걸로 정해야 저 사람들(야당)이 반대 안할 것”,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1번(패스트트랙 처리) 사안으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자”고 했다. 중소기업 협상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은 “이해관계가 충돌해서 끝까지 합의 안될 거다. 책임 처리(단독처리)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부동산 개발이익환수 3법과 8세 미만 아동에게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아동수당법, 고위공직자 부동산 취득심사제가 담긴 공직자윤리법 등도 주요 추진 법안에 포함됐다. “불협화음 공포감” 우려도통상 당 정책점검회의는 모두발언만 공개한 뒤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이 후보는 이날 이례적으로 회의 전체를 공개했다. 이 후보는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제로 일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면 좋겠다”고 했다.

회의 내내 이 후보의 다그침이 이어졌고, ‘독주’를 우려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까지 그대로 생중계됐다. 이 후보가 “패스트트랙에 다 태워버리지 뭐”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니까?”라면서 채근하자 국방위 여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이렇게 다 밀어붙이는 거 아니냐는 불협화음에 대한 공포감도 있을 수 있다”며 “좀 더 정리된 형태의 논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원내에서 상의할 시간을 달라”고 반발했다.

이에 이 후보는 “우리 위원장님과 간사님들이 부담스럽거나 불편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하지만 부모가 자식을 야단치면 ‘노력할게요’ 하지 않고 ‘쟤가 더 나쁜데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 하면 더 혼내야 한다”고 맞섰다. 윤관석 사무총장 등 사의민주당 사무총장 등 정무직 당직자들은 이날 일괄 사의를 밝혔다. 윤관석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사퇴의 뜻을 모았다”며 “이 후보의 판단의 폭을 넓히기 위해 사퇴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윤 총장을 비롯해 박완주 정책위원회 의장, 유동수 정책위 부의장, 고용진 수석대변인, 송갑석 전략기획위원장 등도 당직에서 내려오겠다는 뜻을 전했다.

입법 드라이브와 함께 ‘이재명 색채’로의 탈바꿈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당직이 이 후보 측근 의원들과 실무진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는 “대선 승리를 위해 내려놔주신 용단에 감사하다”며 “국민의 기대에 충족하도록 당대표에게 (후속 인선) 의견을 전하겠다”고 했다.

야당은 ‘이재명 독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주의란 누군가를 세워 그 1인을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니듯이 당 또한 당원들의 뜻과 결의가 모여 정체성을 결정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제치고 패스트트랙을 주문하는 이재명의 민주당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