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황산니켈 생산능력 두 배 키운다

입력 2021-11-24 17:37
수정 2021-11-25 09:17
고려아연이 2차전지(배터리) 양극재 원료인 황산니켈(사진) 생산공장 증설에 나섰다. 전기차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자 국내 배터리 업체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4일 제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계열사인 황산니켈 제조업체 켐코는 최근 1만6000㎡ 규모 부지를 매입했다. 이 부지에 생산공장을 지어 현재 연산 10만t 규모인 황산니켈 생산능력을 그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켐코는 기존 5만t 수준이었던 생산능력을 10만t으로 증설했다. 여기에 추가 부지 규모를 감안하면 내년 이후 대규모 추가 증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황산니켈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원료인 양극재의 핵심 소재다. 양극재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적정 비율로 배합한 전구체와 리튬을 섞어 만든다. 전구체는 양극재 재료비의 70%를 차지한다. 니켈은 전구체 원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황산니켈은 고순도 니켈에 황산을 첨가해 만든다. 별도 가공 없이 바로 양극재 공정에 투입할 수 있어 생산 단계를 단축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증설을 통해 커지는 배터리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에선 주행거리를 늘리고 원가는 절감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니켈의 양극재 내 비중을 90%까지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니켈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니켈은 50~100㎏ 수준이다. 연산 10만t 체제를 구축한다고 해도 약 1000~2000대에 들어가는 니켈만 생산할 수 있다.

세계 1위 아연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은 본업의 강점을 활용해 배터리 소재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를 가공해 연간 150만t의 황산을 생산한다. 여기에 1987년 세운 자회사 코리아니켈을 통해 니켈 제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3월에는 2차전지에 쓰이는 얇은 구리막인 동박 제조업체 케이잼도 설립했다. 동박 원료인 동과 황산 역시 자체 생산 중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LG화학과 전구체 사업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황산, 니켈, 동 등 기초 원료부터 전구체, 동박 등 중간 원료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제련업계에선 이번 증설이 LG화학과의 전구체 JV 설립 등 배터리 사업 확장에 앞선 준비 작업인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2017년 켐코 설립 초기 투자에 참여해 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