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국어·영어·수학 수업시간이 105시간 줄어든다. 고교학점제 시행에 맞춰 국·영·수 비중을 줄이는 대신 다양한 분야를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취지다. 2024년부터는 초등학교에서도 선택과목이 도입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7년 만에 대대적인 교육과정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수업량 줄이고 맞춤형 교육 확대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세종시 해밀초등학교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교육부의 총론 발표는 2015년 9월 이후 약 7년 만으로, 2024년부터 적용하는 교육과정 개정의 주요 원칙과 방향을 정한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2025년부터 학점제가 도입되는 고등학교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생처럼 진로와 흥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서 듣고 기준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우선 학생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수업량을 줄이기로 했다. 수업·학사운영 기준을 ‘단위’에서 ‘학점’으로 바꾸고, 3년간 들어야 하는 수업량도 기존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축소한다. 이에 따라 고교 3년간 총 수업시간은 2890시간에서 2560시간으로 330시간 줄어든다.
공통 과목인 국·영·수의 필수 이수 단위도 기존 10단위에서 8학점으로 축소된다. 과목당 수업시간이 141.7시간에서 106.7시간으로 35시간 감소함에 따라 국·영·수 총 수업시간은 105시간 줄어든다.
고등학교 사회 일반선택 과목은 현재 한국지리, 세계사, 정치와 법, 경제, 윤리와 사상 등 9개 과목에서 세계시민과 지리, 세계사, 사회와 문화, 현대사회와 윤리 등 4개 과목으로 축소된다. 정치, 경제, 법과 사회 과목 등은 진로 선택 과목으로 편제됐다. 수능 사회탐구 과목을 일반 선택으로 한정한 현 입시 체제대로라면 경제·정치 과목은 수능에서 제외된다. 논란이 됐던 고교 한국사 수업 시간은 역사 교사들과 학계 등의 반발을 의식해 축소하지 않고 6단위에서 6학점으로 그대로 유지했다. ○유은혜 “수능 체제 바꿀 것”교육부는 입시제도 대개편도 예고했다. 대입제도는 현재 초등 6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도부터 바뀐다. 유 부총리는 이날 “교육과정이 바뀌면 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하고, 대입에 반영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지금처럼 한 번의 시험을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형 대입제도에 대해 정책을 연구 중이고, 개편이 예고된 상태”라며 “내년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되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입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시업계에서는 국·영·수 축소에 따라 수시 비율이 높아지게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주요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교육 공약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대선주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수능 위주의 정시 비율 상향을 내세웠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수시전형 폐지를 청년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는 수능 2회 시행 후 고득점을 반영하는 방안을 내놨다.
상급 학교로 진학하기 직전 학년(초6, 중3, 고3)에는 ‘진로연계 학기’가 생긴다. 상급 학교에서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되는지, 이를 배우면 어떤 분야로 진출하거나 진학할 수 있는지를 안내한다.
초등학교에도 2024년부터 선택과목이 도입된다. 그동안 초등학생은 공통 교육과정으로 정해진 과목만 배웠지만 앞으로는 3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당 2개 과목씩 모두 8개 과목을 선택해 운영할 수 있다. 다만 선택과목 운영은 시·도교육청과 각 학교가 역량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을 토대로 구체적인 총론과 교과 교육과정 개발에 들어간다. 2022년 하반기에 새 교육과정을 최종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교원정책과 대입제도 개선, 미래형 학습환경 조성을 위한 학교 공간 재구조화와 교과용 도서 개발 등 후속 작업도 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