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가 구찌를 해킹했어요"…명품백의 '반전 정체'

입력 2021-11-24 22:00
수정 2021-11-25 10:58
"'발렌시아가'가 '구찌'를 해킹했어요."

여성 댄서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에서 활약한 모니카(본명 신정우)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한 가방을 든 사진과 함께 이 같은 글을 올렸다. 그가 들고 있는 가방은 언뜻 보면 구찌 가방의 형태를 띄고 있으나 ‘THIS IS NOT A GUCCI BAG(이건 구찌 가방이 아니다)’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이 제품은 프랑스 브랜드 발렌시아가와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가 협업한 '해커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구찌 아리아 컬렉션 쇼에서 첫선을 보인 ‘해커 프로젝트’ 상품이 최근 시중에 풀렸다. '해커 프로젝트'는 패션업계 내에서 진정성과 모방 및 도용에 대한 의미 탐구를 주제로 발렌시아가와 구찌가 연계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상품은 로고를 반복한 패턴 디자인인 '로고 플레이'가 특징인 구찌와 발렌시아가의 코드를 결합했다. 구찌 특유의 더블 G 문양 대신 발렌시아가의 머릿글자인 B로 만든 로고를 달거나 스프레이로 낙서한 듯한 ‘THIS IS NOT A GUCCI BAG’ 문구를 덧붙이는 등의 방식이다. 광고 캠페인도 이전 발렌시아가 광고 캠페인을 적절히 모방하는 방식을 차용하는 시도가 나왔다.

구찌는 해커 프로젝트에 대해 "두 브랜드의 아이코닉한(상징적인) 스타일이 융합,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발렌시아가 CD 뎀나 바잘리아의 미학을 하나로 연결시킨다"고 소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두 브랜드가 모기업 케링그룹에 속해 있다는 점이 인연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스트리트 패션을 하이 패션에 접목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발렌시아가가 100주년을 맞은 구찌와 손잡은 프로젝트로 소비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이번 해커스 프로젝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운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커 프로젝트' 전용 팝업 매장을 연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팝업 매장의) 일부 의류 품목은 이미 완판됐다"며 "기대를 모은 프로젝트인 만큼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국내 단독으로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명품관 웨스트 외부에 ‘해커 프로젝트’를 위한 팝업 매장을 다음달 12일까지 운영한다. 발렌시아가의 사선 프린트가 적용된 구찌 재키 1961 백, 구찌 GG캔버스 소재를 사용한 발렌시아가 시티 백,구찌의 플로라 프린트를 재해석한 발렌시아가 트리플S스니커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