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유족들, 가족장 뜻 밝혀…휴전선 인근에 안장 의사

입력 2021-11-23 17:29
수정 2021-11-24 03:12
23일 숨을 거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직 국가원수 예우를 받아 국가장(國家葬)으로 장례를 치를 수는 있지만, 국립묘지에 안장될 순 없다. 청와대와 여당이 전 전 대통령의 국가장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전 전 대통령의 유족 역시 가족장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전 전 대통령에 대해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은 국립묘지법 제5조에 따라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가 되지만, 형법 등에 의해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제외된다.

전 전 대통령은 대통령 퇴임 뒤인 1995년 반란·내란·내란목적살인·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등의 주범으로 지목돼서다. 이 중 내란과 내란목적살인 등이 국립묘지 안장 배제 요건에 해당하는 죄목이다. 보훈처는 지난달 26일 숨진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전직 대통령은 유족이 원할 경우 법적으로는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다. 그동안 국가장 예우를 받은 전직 국가원수는 김영삼·노태우 전 대통령 두 사람뿐이다. 국가장으로 장례가 치러지기 위해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과 국무회의 심의 뒤 현직 대통령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

이날 청와대는 “전 전 대통령의 경우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은 조화, 조문, 국가장 모두 불가”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정부에 가족장을 치를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가족장이 유족의 뜻인 것으로 확인했다”며 “유족도 입장을 밝힌 만큼 곧 장례 절차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장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예산으로 장례가 치러지지 않는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는 고인의 유해를 38선 근처에 안장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이씨 조카인 이용택 전 국회의원은 “(전 전 대통령이) 생전에 국립묘지에는 안 가겠다고 했다고 한다”며 “(유족은) 고향(경남 합천군)에도 안 가고 화장해서 휴전선 가까운 쪽에 안장했으면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