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별세하면서 956억원에 이르는 미납 추징금 환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고(故) 조비오 신부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해서도 더 이상 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려울 전망이다.
2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범죄수익환수부에 따르면 검찰은 지금까지 전 전 대통령이 납부해야 할 전체 추징금 2205억원 중 57%인 1249억원을 환수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반란·내란수괴, 내란목적살인, 뇌물수수 등 혐의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313억원만 내고 “남은 전 재산이 29만원에 불과하다”며 추징금 납부를 거부해왔다. 이후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과 가족 재산을 위주로 공매를 진행하는 등 환수 절차를 추진해왔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납부의무자인 당사자가 사망하면 중단된다. 검찰은 미납 추징금 집행 여부에 대해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29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5·18 피해자와 목격자 등 사자명예훼손 항소심 결심공판도 영향을 받는다. 피고인이 사망했기 때문에 재판부는 공소기각(공소권 없음) 취지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전 전 대통령은 5·18 당시 진압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향해 2017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전 전 대통령이 5·18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한 민사적 책임은 진행 중인 민사재판을 통해 계속 다뤄질 전망이다. 5·18 관련 시민단체들과 조 신부의 유족 등은 전 전 대통령과 아들 전재국 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과 출판·배포 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9월 1심 재판부는 7000만원 배상과 회고록 출판·배포 금지 판결을 내렸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