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선방, 연임 성공한 파월…'인플레 파이터'로 변신할까

입력 2021-11-23 17:27
수정 2021-12-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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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 중앙은행(Fed) 차기 의장에 제롬 파월 현 의장(68)을 재지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백악관이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파월 의장과 함께 차기 의장 후보로 거명돼온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59)는 부의장에 지명했다.

파월 의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 이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달러 같은 법정 화폐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과 각종 디지털 화폐를 어떻게 규제하고 안착시킬지도 관건이다. 민주당 내 진보파 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대 고용보다 물가 안정 우선 파월 의장은 시장에서 비둘기파로 통했다. Fed 수장으로 취임한 2018년을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통화 완화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준금리를 제로로 인하하고 미 국채를 대량 매입하면서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번째 임기를 앞둔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5개월 연속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5%를 넘은 데 이어 지난달엔 31년 만의 최고 수준인 6.2%로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최대 고용보다 먼저 언급한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재신임하는 성명서에서 “파월 의장이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완전 고용을 달성함으로써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도 이를 의식해 백악관 연설을 통해 “높은 인플레이션이 주거비 식비 교통비 등을 높여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Fed는 노동시장을 지원하고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도 “Fed에 있는 동안 일하는 미국인을 제 노력의 중심에 두겠다고 약속한다”며 “이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던 파월 의장의 기존 발언과는 온도 차가 난다는 분석이 많았다.

문제는 ‘인플레 파이터’ 역할에 집중하다 보면 Fed의 양대 정책 목표 중 하나인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와 금리 인상 시기를 잘 결정해 경제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역사적으로 금리를 지나치게 빨리 올리면 주식시장을 냉각시키고 실업률을 끌어올려 항상 불경기로 끝났다”며 “그럼에도 파월 의장은 앞으로 인플레이션을 우선시해 일자리를 희생시키는 역효과를 실행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기후변화 대응도 과제파월 의장은 민주당 내 진보파 의원들로부터 금융 규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파월 의장은 위험한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대표적이다.

스테이블 코인과 디지털 화폐도 금융 규제나 감독 강화와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달러 같은 기축통화와 연동한 암호화폐를 말한다. 스테이블 코인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어 Fed가 하루빨리 스테이블 코인을 어떻게 규제할지를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파월 의장은 Fed가 자체 디지털 통화를 발행해야 할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Fed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Fed가 기후변화에서도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을 선도하는 리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도 파월 의장으로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Fed의 통화 완화 정책이 주식이나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의 부를 늘리며 소득 불평등을 키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월 의장이 Fed의 107년 역사에서 전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까다로운 경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