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제자리걸음했다.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및 물류비 가격이 상승하고,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이어진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1월 BSI 결과를 보면 전 산업 업황 실적 BSI는 86으로 전달과 동일했다. 이는 지난 8월(87)에 이어 최고 수준이다.
제조업 업황 BSI도 90으로 전월과 동일했다. 석달 연속 동일한 수준으로, 이는 지난 8월(95) 이후 최고치다. 업종별로는 전자·영상·통신장비가 3포인트 상승했다. 반도체 관련 부품 수요 증가와 해외공장 가동 정상화에 따른 영향이다. 하지만 1차 금속가공과 화학물질·제품은 각각 5포인트, 4포인트 하락했다. 1차 금속가공은 전방산업 수요 둔화와 자동차 업종의 공급 차질이 영향을 미쳤다.
비제조업의 업황BSI는 전달보다 1포인트 내린 83을 기록했다. 지난 9월(7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연말 화물 수요 증가로 운수창고업이 11포인트나 상승했다. 하지만 부동산업과 도소매업은 각각 8포인트, 5포인트 하락했다.
김대진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 팀장은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과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이 이어지면서 전일과 동일했다"며 "비제조업은 국내 방역 수준이 완화되면서 운수창고업 여가 관련이 개선됐지만, 원가 및 원자재 상승으로 도소매 업황이 안 좋아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기업 형태별로는 수출기업 BSI는 전달과 같은 102를 기록했다. 지난 8월(10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내수기업 BSI는 1포인트 오른 83으로, 지난 9월(8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대기업 BSI는 2포인트 하락한 98로, 지난 2월(9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은 전달보다 3포인트 오른 81을 기록했다.
김대진 팀장은 "대기업은 메모리반도체가 악화되면서 업황이 부진했던 측면이 있다"며 "중소기업은 패키징이나 기판 관련 전자제품 수요가 많이 늘었고, 해외공장 가동이 정상화된 데 따른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12월에도 경영환경이 다소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11월 전산업 업황 전망BSI는 85로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업황 전망BSI는 88로 전달과 같았다. 비제조업 업황 전망BSI는 2포인트 내린 83을 나타냈다.
소비자·기업을 아우르는 심리지표인 경제심리지수(ESI) 순환변동치는 108.6으로 전달보다 0.6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1년 5월(108.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